유년의 뜨락 7

한겨울의 타임머신[3]...본셈치고...간셈치고

2005년 1월 18일 [화] 맑은뒤 진눈개비 잠자리가 바뀌면 다들 늦잠자기가 어려운지 아직 깜깜한 시각인데 부스럭대기 시작한다. 새벽잠이 없는 노인네 습성의 발로인지, 나처럼 몸속에 알람이 입력된 몇몇은 새벽기도 시간이어서 깨었는지도 모르겠다. 하긴 한집에 여자들만, 그것도 회갑을 지냈거나 앞에둔 소꿉친구 할마시들이 열명넘게 숙박을 한다는게 어디 흔한 일인가? 설렘때문인지 닭띠들 답게 다들 일찌감치 일어나 닭이 울기도 전부터 부시럭댔다. 혜선이가 이집의 정 동향의 거실에서 맞는 일출이 장관이라고 하자 너도 나도 일출을 보겠다고 거실로 모여든다. 요가를 하는 아이,명상을 하는 아이,에어로빅을 하는 아이,스트레칭을 하는 아이.. 저마다 헤어져 산 45~6년동안 자기방식대로 익힌 건강비법들이 총동원되고, 시..

유년의 뜨락 2005.01.22

한겨울의 타임머신[2]...거짓말쟁이 할머니들

혜선이는 未堂 서정주님의 조카딸이다. 26년쯤 전에 미당의 바로 아랫동생인,혼자 되신 엄마를 위해 아들도 큰딸도 아닌 혜선네가 그집을 지었고 엄마가 그집에서 10년쯤 혼자 사셨다. 미당의 가계에 면면히 흐르는 예인의 피를 받아선지 , 혜선엄마 서정옥여사도 1980년대 정읍의 평범한 여늬 할머니처럼 사시기보다는 책을 읽고 시를 쓰고 난초를 캐러 다니시며 사시다가 ,10년전 1월 교통사고로 돌아가셨다. 미당과 너무도 닮은 얼굴로 말씨로 우리가 가면 언제나 만면에 환한 웃음을 띠시고 하시던 그 때가 어제인듯 선연한데.... 내게 남아있는 유년시절 추억의 팔할은 다 혜선네 과수원으로 채워져있을만큼 그때 나는 혜선이를 감싸고 있는 모든것들을 부러워하고 사랑했었는데.... 정읍도 외곽으로는 많이 커져서, 혜선이 차..

유년의 뜨락 2005.01.20

한겨울의 타임머신[1]..고향까마귀

2005년 1월17일 [월] 맑음 [18일 아침 혜선이네 거실에서 맞은 일출] 왜 늙으면 옛날이 그리워지는걸까? 無期囚 같은 우리에게 다가올 미래는 시한폭탄같은거라서? 아니 더 이상 자라지 않는 고목이 되어 물 올라 싱그럽던 야들 야들하던 떡잎의 시절이 그리워서? 의 시대는 가고 의 시대도 지나 이제는 머지않아 의시대가 오리라는 불안때문에? 메인의 자리에서 옵서버로 밀려난것도 서러운데 머지않아 분리 배출도 어려운 폐기물이 되리라는 불안때문에...?. 지난달 동지에 모였던 친구들과 애초에 모이던 우리고향 멤버들이 각자 출발하여 정읍에서 도킹을 하기로 한날. 집에서 가까운, 믿거라했던 수원터미널에는 정읍행 버스가 없어 야탑에 있는 성남 버스 터미널을 이용할수밖에 없었다. 거기서도 하루에 세번 ,첫차는 8시4..

유년의 뜨락 2005.01.19

사과꽃향기는 바람에 날리고[2]

우리 친구 넷을 분석해보면... 나는 늘 콤플렉스를 느낀다. 나는 반장이었고 늘 그들을 리드하며 ...지금까지..살았는데도, 가슴 한구석엔 이미테이션 보석을 끼고 파티에 앉아있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재산으로 따지면 넷 중 상위그룹이었지만 , 아버지의 학력이나, 처신들이 어쩔 수 없이 나를 주눅 들게 하는 것이었다. 강남 개발 때, 벼락부자 된 농사꾼처럼, 어쩐지 한 것은 어쭙잖은 결벽성 탓인지, 현학적이고 싶어 하는 교만 때문일지... 당시에 제일 형편이 만만 한 건 경라였는데 , 그래도 그애네 집은 할아버지가 정읍서 유명한 한약방을 하셨고 아버지가 사고로 다리를 좀 절었지만 품위 있게 아름다운 어머니와 금슬 좋게 사셨다. 언젠가 경라가 엄마 혼자 소성 시골집에서 사시며, 여덟 딸의 고추장 된장을 ..

유년의 뜨락 2001.10.06

사과꽃 향기는 바람에 날리고...[1]

정읍 동 국민학교 시절[1952~57] 우리처럼 [ 나, 혜선. 경라, 성옥] 버라이어티 하게, 화려하게 재미있게 보낸 아이들은 없었으리라. 우리 집은 수성동이었다. 아침밥을 일찍 먹고 , 필통 소리가 달그락거리는 책보를 허리에 매고, 학교 쪽으로 10분쯤 가면 소방서가 있고 소방서 바로 뒤에 경라네 집이 있다. 경라는 전주에서 전학 온 친군데 눈이 동그랗고 노래를 잘하고, 그림도 나와 쌍벽을 이루는 , 노란 옷이 잘 어울리는 친구다. 내가 경라네 집에 도착하면, 대개 경라네는 아침을 먹고 있는 중이었다. 경라 어머니는 얼굴도 예쁘고 재주 많고 얌전한 분이셨는데 , 맨 위로 오빠, 그 뒤 론 계속 딸을 낳는 바람에 그 당시에 벌써 딸이 일곱이었는데 아들 낳을 때까지 계속 나을 거라 했다 암튼 오월쯤 되는..

유년의 뜨락 2001.10.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