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겨울 , 충분히 거추장스러울 수있는 하루라는 시한[時限]을 , 나는 눈을 뜨면 창문을 열듯 숙달된 솜씨로 , 다른 잡념이 끼어들 사이 없이 재빨리 열곤 하였다. 나는 거의 매일 학교에서 석양을 맞았고 , 집으로 가는 길에 늘어지는 나의 그림자는 간혹 아침에는 없었던 항공 봉투를 들고 있기도 했다. 아직도 열매를 매단 채의 개얌나무가지와 깡마른 체구로 버티고 있는 대추나무 어깻쭉지쯤에 걸려있는 달은, 그때마다 서리가 내려 굳어지기 시작하는 수레바퀴자국을 잔인하게 비추고 있었다. 나는 어두어져서야 비로소 소리를 내는 동네의 여울을 지나면서, 편지를 저 물에 띄워 보내야 한다고... 매일 생각했다. 그러나 측백울타리 안의 내방에 들어와 보면 땀으로 흠뻑 젖은 봉투는 ,항상 내 손아귀에 그냥 남아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