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언니의 살아가는 이야기

어르신 운전중입니다

왕언니 2023. 9. 11. 22:23

내가 운전면허를 취득한 건 호적나이로 마흔 살이 되던 1986년 6월 10일이었다


사실 그때만 해도 여자 운전자가 그렇게 많지 않을 때였는데 
더구나 마흔 살의 중 늙은 여자가 면허를 따는 건 그리 흔한 일도, 쉬운 일도 아니었다.
 
아직 자가용을 사기도 전인 그때에, 타고난 기계치임에도 불구하고 내가 면허를 따기로 결심한 건 
강북수유리 번동에 살 때였는데  마침 딸은 도봉여중 3, 아들은 동북초등학교 6학년이 된 봄이었다.
그때 강남 8 학군 바람이 거세게 불기 시작할 때였는데 학력콤플렉스가 있던 내게  강남으로의 이사는 
강북에 이대로 파묻혀 있다가는 아이들이 그럭저럭 다른 아이들과 어울려 경쟁력 없는 학교생활 하다가 
그다지 애쓰지 않고 무난히  들어갈 수 있는 학교를  지원하고
그렇게 적응할 것 같은  혼자만의 점치기로 전전긍긍하면서 
우리 아이들은   적어도  나처럼 삼류학교에  주저앉지 말고
아빠가 나온  고대 정도는 가줘야 한다는... 유치 찬란한 
대리 신분상승? ^^을 하고 싶은  보상심리가 깔린 꿈이었다.
 
(다행히 내 시도가 어긋나지 않아 딸과 아들은  원하는 대학에 재수하지 않고 들어가서 감사했다) 
 
그리고 또 하나 강북을 탈출? 하려는 필요충분조건은
순전히 집에서 가깝다는 이유로 등록해서 다니고 있던  교회의  목사님의 설교가 
점점 < 세상적인 냄새>가 나서 그 교회를 합법적으로 멀리 떠나고 싶은  욕구도 있었다.
마침 집이 팔려서, 강남 8 학군  배정이 이 거의  확실할 것 같은
은마 아파트, 선경아파트, 미도 아파트, 를 돌아다니다가 ,
 
안전하게 양재천을 건너서 
그때 막 신축 분양한 개포동 현대 2차 아파트 45평을 
강북 이층 집을  판 돈  80퍼센트나 되는  4000만 원을 주고 계약을 했다.
 
집을 계약한 후 생각해 보니 
강남으로 이사  간다면, 
딸이 중3이라 당장에  전학이  어려우니
이사하고 
학교배정이 완료될 때까지 자가용이 있어야 이동에 어려움이 없을 터라
 1500cc 프레스토를 사기로 하고 
이사 가기 전,  살던 집에서 5분 거리에 있는 신진자동차학원에 등록을 하고
남편은 단번에 붙었는데 나는 두 번 만에 면허를 따고 이사를 했다
 
(아들은 당장에 아파트와 거의 붙어있던 구룡초등학교에 전학이 되었는데 
딸은 도봉여중을 졸업하고 개포고등학교에 입학을 하게 되었다)
이사를 한 후에 보니  그때 개포동에는 아직 본격적인 부동산 붐이 일지 않을 때라
집터만 닦아놓고  건축공사가 시작되기 전 네모난 구획들이 많아서 
운전 연습하기엔 아주 안성맞춤이었다 
 
그렇게 시작한 운전경력이 3년만 있으면 40년인데
아직 내가 사고를 낸 적은 한 번도 없으니 
누가 보아도 
80을 바라보는 할머니 운전자로서  자부심을 가질 만 한데....
 
작년 바자회 후  남편이 운전을 하고  나는 조수석에 탔는데
양재꽃시장 지하차도에서  나가는 길에 웬 젊은 애가 운전하는 외제승합차가
차선변경을 하면서  우리 차 조수석 문을 사정없이 들이받아 문이 열리지 않는 사고를 당했다.
양쪽 보험사가 달려오고 블랙박스 확인결과 100% 상대방 과실로 판정이 나서 
덕분에 크고 작은 흠집이 있던 조수석 문 두쪽을  우리 돈 한 푼 안 들고 다 개비하여 
오른쪽만큼은 새 차가 되었는데...
 
이번엔 8월 9일  여전도회가 있던 날
교회에서 먼저 나와 가락시장을 가려고 개나리아파트를 지나다가 
카카오택시에게 운전석 뒷문을 받히는 접촉사고를 당했다.

 

 

 
이번에는 주행 중 사고라서 100% 한쪽 과실이 인정 안된다고  30대 70으로  내가 20만 원 물어주고 
조수석 뒷문과 뒤 범퍼까지 모두 새것으로 교체하여 
정말 2006 년 9월에 나온 17년 된 차라고 아무도 믿지 않을 새 차가 되었다
 
정말 우리나라 자동차기술은 괄목할만하다 
 
전에 타던 소나타 3은, 10년  타면서도 공장행이 많았는데 이번차는 17년을 탔는데도 별로 말썽 부린 일이 없었으니 말이다   
 
그러나 10년 전에 신호대기를 하고 서있는데 음주운전자가 사정없이 뒤에서 받는 바람에 
 거의 석 달 동안 물리치료를 받으며 고생했던 기억이 있고
1년 동안 
또 두 번의 접촉사고를 당하고 , 이번엔 거의 한 달 만에야  뒷마무리가 끝나고 보니 
이젠 운전이 나만 조심하면 안전할 거라는 보장이 없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그래서 딸에게 어르신 운전 중 스티커를 사서 보내달라는 부탁을 해서  뒷유리에 부착을 하기에 이르렀다.
언니와 형부도 82세, 84세로  머지않아  운전면허 반납 하고 차도 폐차를 시키시겠다 한다 
아직 우리 부부는 자가용 운전목적이 , 교회가 멀어 주일날 교회를  오가는 것 말고는 달리 여행을 가거나
멀리 돌아다니지 않아 20만 정도 뛰었을 뿐이다  3년만 있으면 20년이 되는데....
 
 
 
다들 운전 그만하라고 말들 하지만....
살면서 택시 타본 일이 손가락 꼽을 정도밖에 없어 익숙하지도 않고 
아이들은 옆에 없으니 갑자기 한밤중에 아프거나 무슨 일이 생기면 차가 꼭 필요할 것 같아 
그리고 아직은 차가 말썽을 부리지 않으니 차마 차를 없앨 생각을 못한다 
 
 
도둑은 발 뻗고 자는데 도둑맞은놈은 발 뻗고 못 잔다더니...
이젠 나만 조심한다고 안전하리라는 보장이 없다는 생각에 
 
나 늙은이니 
내 뒤에 오시는 운전사님... 이 스티커 보시고
조심 좀 해주십사 사정?을 하려고 스티커를 붙이는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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