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언니의 살아가는 이야기

2022년 1월이야기... 사돈 남 말 할 것 없다

왕언니 2022. 2. 4. 23:53

 

다른 사람에게 일어날 일들이 우리라고 빗겨가진 않는다

 

코로나 이야기밖에 없을 줄 알았던 1월...

남의 이야기로만 알았던 낙상사고.

그런데 사돈 남 말할게 아니고.... 바로 그게 우리 집 일이 되어버렸다.

 

1월 5일, 아들이 욕실에서 미끄러져 척추를 다쳤다는 것을 며칠이 지나서야 알게 되었다.

밀감을 보냈는데 배송회사의 파업으로 혹시 배송이 안되었는지 물어보다가

욕실에서 넘어져 119에 실려 입원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것이다

 

 

 

 

 

 

원래 디스크가 있어서 군대 가기 전 수술을 했고 그 때문에 공익근무를 해야 했던 아들인데

그러고도 십이 년 전쯤 다시 도져서 얼마 동안 회사를 쉰 적도 있기는 했었지만 

이렇게 또 척추에 금이 가서 119에 실려 가 정형외과에 입원하여  

거의 20일 넘게 입원했다가, 누운 채로 퇴원하여 뼈가 붙을 때까지 여전히 누워 살고 있다.

 

술 담배를 안 하는 아들이지만, 일찍 출근하여 밤늦게 퇴근하는지라 

불규칙한 식사에 운동할 시간도, 욕심도 없어 자연스레 살이 쪄서

아직 50이 안된 아들의 골밀도가 노인만큼 형편없이 낮다는 거다.  

 

             

               

              1월 22일, 시동생의 딸이 결혼식을 했는데

               아들네 온 식구가 불참하니 시골의 시뉘들까지 다 알게 되어 

               번갈아 내게 전화를 걸어오니 마치 내가 죄인인양 마음이 무겁다

 

 

 

 

 

 

 

 

1월 23일 ,

양념 없이 볶은 멸치와 몇 가지 반찬을 미리 챙겨,  주일예배를 마친 후 아들에 집으로 갔다.

마침 방학이라, 맞벌이를 하는 며느리 대신 아이들이 도와주고는 있지만 

보조기 없이는 혼자서 화장실도 갈 수 없는 상황을 보니 기가 막혔다.

2주일 이상 입원했었지만 코로나 때문에 식구들 아무도 면회가 안되어 

며느리도 아이들도 17일 만에 누운 채 돌아온 아빠가 낯설고 힘들었을 것이다.

 

허겁지겁해가지고 간 찰밥과 반찬으로, 마침 저희들 교회에서 돌아온 애들과 같이 식탁에 앉고 

아들은 여전히 방에 누운 채  내가 식사기도를 하는데 목이 메고 눈물이 흐른다 

남편도 울고 나도 울었다.

누운 채 밥도 먹고 약도 먹고 제 손으로 배에 주사까지 놓아야 하는 시간이 얼마나 지나야 

일어나 회사에 출근하게 될지 모른다는 사실이 생각할수록 기가 막혔다.

 

 

설날 연휴 시작되던 1월 29일 토요일 

 

아들은 물론 딸에게도 동서에게도 이번 설은 각자 지내자고 통보를 하였지만

설 선물로 들어온 , 둘이 먹기엔 좀 많은 생고기를 처치해야 한다는 명목으로

아들에게 집으로 가지고 가겠다 했더니 오지 말라고 한다

 

그래도 어쨌거나 설이니 고기 말고도  다섯 식구 며칠 먹을 명절 음식 몇 가지를 해가지고 

아침 10시 반에 고속도로에 들어섰다

가양동 예상 도착시간은  1시 반인데  예상보다 막히지 않아 12시에 도착했지만 

아들이 싫어하여 

집에 들어가지도 않고 음식만 들이밀고 되짚어 돌아오니 1시다 

당국의 명령을 엄청 잘 지킨다는 얘긴지 핑계 낌에 다 고향길 생략인지....

2월 1일  설날

 

아침부터 눈이 많이 내렸다

정말 설날에 눈이 오는 건 오랜만인 것 같다.

딸네 식구는 공군이 된 손자 진혁에게 면회를 간다고 카톡을 보내왔다

 

역사적으로 가장 소박한, 설날 아침을 먹고 

아들이 영상으로라도 세배를 받으시라 했지만

나는 토요일 , 집에도 못 들어가고 되돌아온 게 끝내 마음의 짐이 되어

거절을 하고 집을 나서 눈 덮인 아파트 산책을 했다.

 

아들이 기어이 카톡으로 유나만이라도 대표로 세배를 한다고 

한복까지 차려입은 유나의 세배 사진을 올렸다.

하긴 세뱃돈을 통장 입금으로 받았으니 애들이 그냥 있기가 불편하긴 하겠지..

 

설날이 지나고 다시 일주일이 지났지만 ,

아들은 이제 겨우 일어나 저녁 식탁만 같이 한다고 한다.

보름쯤 누워있으면 괜찮겠지 하던 게 벌써 한 달이 넘었는데도

아직 일상을 찾지 못하고 출근은 더욱 요원한 일이 된 것 같다.

 

 

베란다도 없어 추워서 떨고 있는 화분들을 거실 창쪽에 옮겨놓고 햇빛을 보게 하였더니 

겨울인데도 계속 꽃들이 피고 있다.

 

하나님은 밤낮 갈망하고 경배하는 자를  외면치 않으시고 채워주신다...!!

 

하나님, 저는 아들이 교통사고로 다친 것이 아님을 감사합니다.

암이나, 뇌졸중이 아니어서 더욱 감사합니다.

집이 아닌 다른곳에서 넘어지지 않은것 감사합니다.

며느리가 아니어서 감사합니다

애들이 방학중이어서 도움을 받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번일로 아들의 뼈 상태를 알게 해주시고 회복후에라도 

운동의 중요성을 알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