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마 설마 하던 코로나 팬데믹의 날들이 2년이나 지나갔다.
먼 후일, 우리의 손자들은
우리 윗 나이 때들이 6.25를 겪은 이야기를 엄청 각색하여 옛날 얘기처럼 풀듯이
옛날에 군대 다녀온 남자들이 무용담처럼 훈련소 이야기를 하듯이...
그렇게 옛이야기처럼 코로나 시절을 얘기 할까?
갓 태어난 아이들은 마스크로 가려진 사람들의 얼굴만 보고 자라서
나중에 사람의 얼굴을 그릴 때 눈 밑은 그릴 줄 모르는 건 아닐까?
사회생활하는 사람들이 잘하는 거짓말 중의 하나가 < 언제 밥 한번 먹자>라는데
요즘엔 뻔한 거짓말이 아니라,
언젠가 뒤에 <좋은 시절이 오면 >을 붙여 진심을 다해 말하곤 한다.
2021년의 마지막 날이 금요일에다 토요일이 새해 첫날이라 송구영신 예배에 가지 않았다.
작년에는 가고 싶어도 집합 금지여서 못 갔는데
올해는 갈 수 있었는데도 날도 춥고 바로 이튿날이 주일이라
잠 못 자고 몽롱한 채
다시 되짚어 주일예배에 가는 게 망설여져서였다.
그런데 가고 싶어도 가지 못했던 작년 송구영신 예배처럼 아쉽지가 않았다.
시간과 타협하고 상황과 타협하고... 핑계가 점점 당연해지는...
그런 내가 너무 이상할 지경이었다.
이제 나도 우리 엄마 아빠 돌아가실 때 보다 더 많은 나이로 살아 있어서,
남들이 보기에? 매사가 조금은 조심스러운 나이가 되었다.
남편은 고혈압과 당뇨 전 단계 그리고 난청, 퇴행성관절염 환자로 자처하며
식단과, 매일 두 시간씩의 산책에 다소 과할 정도로 집착하는데
나는, 이 나이에 몸에 좋은 것, 보약 찾아 먹으려 드는 게 영 쑥스러워서
아직은 좀 무심한 척하고 있지만...
오늘은 카톡으로 고교 동창의 부고를 받았다.
나는 고등학교 동창회에 안 나가고 있어서 , 동창회에 나가고 있던 친구가 복사해서 보내준 것이었다
고등학교 쩍 우리 집 가까이에 살았던 한 반 친구인데,
대학 다닐 때 딱 한번 만나고 쭉 못 만났었는데
결혼을 안 했는지 부고장에 오빠와 동생들 이름뿐이다.
그런데 梨大까지 간 애가 왜 결혼을 못(안)했을까?
지금이야 잘난 사람들이 더 결혼을 안 하는 추세니 그러려니 하지만
학교 때도 눈에 확 띄게 미인형이 아니긴 했지만, 그렇다고...?
우리 동창 중에 미혼으로 늙은 사람 이야기를 별로 듣지 못해 저간의 사정이 궁금하기는 했다.
허긴 나도 80을 바라보는 나이이니... 죽을 때도 됐지
나도 죽으면 아이들이 내 전화에 올려있는 명단을 보고 이런 부고를 낼까?
몇 년 전 친한 내 친구가 죽었는데 죽은 친구의 이름으로 부고를 받기도 했었으니까...
부고뿐이 아니다.
작년에 교회 집사님 딸의 청첩장을 카톡으로 받고 보니
결혼 당사자는 물론이고 양쪽 부모의 통장번호까지 친절하게 첨부되어있다.
그때는 상당히 위중할 때라 직계가족 50명만 참석 가능할 때이니
코로나로 참석하지는 못해도, 가는 편이 없어 축의금을 떼어먹었다는 소리를 할 수 없게....
우리 아이들을 본지도 두 달이 넘었다.
이제는 잘 있으려니 하고 서로 특별한 일이 없으면 전화도 하지 않는다.
부침개를 좀 많이 하고 , 팥죽을 좀 넉넉히 쑨 날에도
멀리 있는 아들 딸 대신 옆집 벨을 눌러 건네주는 게 일상이 되었다.
그야말로 먼 친척보다 가까운 이웃이 낫다...이다
지난 주일날 교회 부목사님께 받은 책에 인상 깊은 구절이 있었다.
로마인들이 편지를 쓸 때
"시 발레스 베네, 발레오 (Si vales bene, valeo)라는 인사말로 시작을 했다고 하는데
그 뜻은 "당신이 잘 있으면 나도 잘 있습니다"라는 뜻이란다.
굳이 요즘 표현으로 풀자면...
<난 여전히 괜찮아요> 정도가 아닐까?
덧붙이는 새 소식...
오늘 아침 신문에 드라이브 스루로 졸업식을 했다는 기사가 다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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