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언니의 살아가는 이야기

8월의 흔적들 [2]...온달과 온달의 고장에 가다.

왕언니 2010. 9. 1. 01:50

원님덕에 나발을 불었는지 ,나발을 불기위해 원님을 초청했는지...

 

애초에 이번 엄마 생일엔 DSLR 카메라를 사드리기로 했다느니 어쩌느니 하더니만

어느날 딸이 난데없이 단양대명콘도에 갈 수있게 되었으니 엄마 생일잔치를 그곳에서 하면 어때?하였다.

처음엔 구역엠티와 하루정도의 여유가 있는줄 알고 <그러지 뭐> 하였는데

나중에 보니 평창에서 돌아오는 날인 목요일이란다.

 

고수동굴이니 단양팔경,충주호는 이전에 몇번 가보았던 곳이라 새삼 구미가 당기는곳은 아니었고

평창휴가후  더운 날시에 쉬지도 못하고 강행군을  한다는게 썩 내키지는 않았지만  

모처럼 ,아니 애들 결혼후 처음으로 여름휴가를 같이 보낸다는데 굳이 싫다할 수가 없어 그러자고 대답을 하였다.

 

나도 저희들 나이만한 때 애들을  데리고 피서를 가보았지만

애들을 데리고 하루밤이라도 자고 오는 나들이를 하려면 얼마나 번거로운가.

쉴새없이 흐르는 땀에 갈아 입을 옷과 ,먹을것 챙기기...

물놀이라도 하게되면 챙길것은 더 엄청나서 수영복에 튜브에 비상약에 모기향까지...

가기도 전에 질려서 나가 떨어지고 싶은 생각이 들었는데...싶어

 

 

 

먹을것만큼은 내가 챙기리라 하였는데 평창엠티가 끝나고 집에 들르지 못하고 단양으로 직행해야 하니

더운 날씨에 음식간수가 문제였지만

훈제오리와 열무김치와 밑반찬은 평창으로 갈때 넉넉히 준비하여 평창의 냉장고에 보관했다 남겨서 가져가고

그래도 가져오지못한것들은 유찬이네가 용인에 들러 가지고 오도록하였다.

 

요즘 애들은 바리 바리 싸들고 다니는것보다 깔끔하게 한끼 밖에서 사먹고 말지...하지만

식구가 10명이나 될텐데... 콘도를 두개나 빌리고 1인당 2만원씩이나하는 아쿠아월드를 즐기고 ,거기다 매끼 밥까지 사먹으면

그돈이 얼마인가 ...생산자에서 온전히 소비자신세로 돌아선 늙은이들에겐 ,누가 쓰던 엄청 아까운 돈이기에

번거롭고 힘든 그일을 도맡을 수 밖에 없는것이었다.

 

 

목요일 10시.

 

엠티 인증샷을 찍은 후에

구역식구들중 청주에 갈 일이 있다는 신집사님만 우리차에  타고 단양으로 향하고 나머지 식구들은 분당으로 출발을 하였다.

12시쯤 휴게소에 들러 점심을 먹으며 아이들이 어디쯤 왔는지 전화를 해보니 

막바지 휴가객들때문에 고속도로가 엄청 막혀  고수동굴에 들러 점심을 먹겠다던 아이들이 아직 반도 못왔단다.

아무래도 동굴구경은 내일로 미루고 애들이 아쿠아월드에  먼저 가야할것같으니 콘도에서 만나기로 하였다.

우리가 먼저 단양에 도착하여 신집사님을 버스정류장에 내려 드리고 ,콘도 위치를 확인해보니 단양마늘 시장에서 멀지 않다.

기왕 마늘의 본고장에 왔으니 진짜 단양마늘을  한접 사자고  마늘시장엘 들렀는데

올해 마늘이 비싸다더니...세상에나 별로 크지도 않은데 4만3천원을 달란다.

 

마늘보다 색깔좋게 말린 취나물에 반하여 취나물 4묶음과  육쪽이 분명해보이는 마늘한접을 5만 2천원에 사고 

삼겹살 싸먹을 상추를 사러 시장을 헤맸다.

상추가 귀한 때이기는 하지만 아무리 돌아다녀도 상추가 보이지 않아 하나로 마트를 찾아가 4천원어치를 샀는데

진부에서보다 더 조금이었다.

 

아이들은 거의 3시에나 도착을 하여 콘도 평강동 6층 끝 마주보는 방 둘에 짐을 풀었다.

19평형이라 방이 하나뿐이어 비좁기는 해도 마주보여 진혁이가 워크샵에 가서 오지못한대신 유찬이가 준혁이와 같이 자기로 하고

우리는 유찬이네와 같은 방에 묵기로 했다.

 

 아쿠아월드에 내려 가기전 완전 무장?을 한 아이들이 소파에서 폼을 잡고 있다.

 

 

나는 당연히 카메라가 없이 내려 갔고 유찬애비가 방수카바를 씌운  카메라를 갖고 있었는데 아직 사진을 받지 못해

대명콘도 홈페이지에 올라있는 사진들로 내가 얼마나 휘황한 ? 동네에서 물놀이를 했는지 밝혀드립니다.^^

 

 

 

사위는 할일을 가지고 와서 인터넷이 되는 로비에 가서 일을 해야한다하고   

딸은 하필 마법에 걸려 ,집에서 저녁준비나 하겠다 하여 나도 컨디션도 별로 이고

원래 옷갈아 입는것 싫어 수영장에도 가지 않는 사람이지만 애들 등살에 밀려 할 수 없이 아쿠아월드에 내려갔다.

 

 

 

 

 유찬애비는 온달과 준혁이와 유찬이를 책임지고

 며느리와  나는 유진이를 튜브에 태운채 이리저리 돌아 다니다 따뜻한 노천탕에 필이 꽂혀

 줄곧 노천탕에만 있다가  먼저 샤워를 하고 나오려는데 얼굴이 화끈거리며 벌겋게 달아 오르기 시작했다.

 사실은 어젯밤에 평창에서  무식하게 영양크림대신 아이크림을 무심코 얼굴에 발랐는데 그게 문제를 일으킨것 같았다.

 준혁에미가 보더니 저도 며칠전에 레티놀이 든 제품을 발랐다가 나와 똑같은 증세를 일으켜

 피부과에서 주사 맞고 약을 타다 먹고 바르는 중이라며 남은 약을 내게 준다.

 

 얼굴은 벌겋게 달아 올랐지만 저녁은 먹여야겠기에 딸과 둘이서 된장찌개를 끓이고 삼겹살과 훈제오리를 구워 저녁상을 차렸다.

 앞방에서 식탁과 의자를 옮겨오고 그릇들도 옮겨와  생일축하를 겸한 저녁식사가 시작되었다.

 사실 나는 얼굴이 뜨거워 다 귀찮았지만 나발을 불게 해주려면 원님이 되어야 했으므로 짐짓 즐거운척 할 수밖에....

 [이후의 사진들은 아들의 카메라에 있는데 아직 보내주지 않는것은 아마 내 몰골이 흉악해서이리라...]

 

 8월13일 [금 ] 개임.

 

 유찬이는 준혁이네에서 자고 우리 부부는 거실에서 자고 유진이와 아들부부는 좁은 방에서 자고 일어나

 .

 네명이 먹을 수 있는 조식권이 있는데 누구누구가 갈것인가,아침을 해결하는 문제로 옥신각신하였다.

 결국 나는 움직이기 싫으니 온달과 주환이가 애들을 데리고 내려가 먹기로 하고

 아침을 안먹는 사위를 빼고 여자들은 어젯밤 남은 반찬에  누룽지를 끓여 먹고 체크아웃 준비를 했다.

 

 체크 아웃을 하고 어제 못간 고수동굴을 거쳐 

태왕사신기, 천추태후,연개소문, 바람의 나라등을 찍었다는 온달관광지내의 드라마 세트장엘 갔다.

 [불행이도 전부 내가  안 본 드라마들이어서 별 감흥은 없었다^^]

 

 

 

                                                                                                                                                                                

 

 

 

다섯살 우리 유진이 고수동굴과 온달동굴을 칭얼대지도 않고 잘걸어 다녔다.  다섯살때  나는 큰집에서 눈치밥을 먹으며 할머니를 기다렸는데 ...^^

 

내가 자칭 2001년 이래 자칭 평강공주라고 ...남편을 온달이라고 불렀는데 드디어 이제야  온달장군의 고장에 와서  온달관을 찾았다.

 

 

 

 

 

 

 온달이 온달기념관을 돌아보고 있다.  온달님!  온달이 바보 온달이 아닌 용맹스런 고구려 장군이었다는것을 꼭 기억하시와요!!^^

 

 

 

온달관을 나와  세트장 바로 앞에서 무엇을 먹어도 바베큐를 얹어주는 점심을 먹고 집으로 출발 ...

원님이 된 평강공주의 긴 휴가를 끝내고 돌아왔으나

토요일에도 얼굴이 낫지 않아  결국 분당 정자동까지 가서 딸이 다녔다는 피부과를 찾아갈 수밖에 없었다.

 

8월의 흔적은 그렇게, 무식하여 용감했던 평강공주 내얼굴에  며칠동안 남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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