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언니의 살아가는 이야기

고추가루야 너때문에 내가 운다.

왕언니 2005. 11. 11. 00:46

 

 

 

 

            

 

 

 

                 고추가루야 너때문에 내가 운다..

 

 

 

바자회가 끝났으니 남편에게 널널하게 쉴수있을거라 장담을 했건만
지난 일주일 나는 또 가락시장과 교회부엌을 오가며 김치와 씨름을 해야했다.
바자회때 가늠을 잘못하여 너무 많이 주문한 고추가루때문이었다.

 

[올해는 배추 재배면적이  작년보다 훨신 적다는데

 때 아닌 중국김치때문에 온나라가 떠들석하여

 배추값은  제철이 되기도 전에 이미  금추가  되고 있었다.]

 

 

바자회준비가 시작되던 9월25일
한나라당 고 xx의원이 터트린 ,중국김치의 납성분이 국산김치의 5배라는 발표를 들었고
이어서 10월10일 국산김치 납함유량이 0.02ppm이하 ,

중국산은 0.05ppm이하여서 인체에 무해하다는 발표가 났는데
그이튿날 가락시장엘 가면서 라디오를 통해 들은 가슴아픈 사연이 있었다.

 

 

<여보 오늘 늦도록 내가 집에 들어오지 않거든 원효대교근처에 가서 찾아보오....>
중국김치와 국산김치를 식당에 납품하는 어느사오정 아빠의 이야기였다.

 

 

 


사오정이 된후 궁여지책으로 시작한 김치 납품업이

중국김치에  납성분 검출이라는 폭로 때문에 하루아침에 도산위기에 몰렸지만 

그 아빠는 차마 아내에게 시원히 털어놓지도 못하였는데

식당뿐 아니라 가정이나 유치원,회사식당같은데서 아무렇지도 않게 배달받아온 김치를,

발표가 난 다음날부터 중국산은 아예 거들떠보지도 않고 ,

국산도 정말 국산인지 믿을수없어서 못받겠다하여 매일 적자가 30만원씩 늘어났다고 하였다.

 

김치는 다른 공산품처럼 반품도 안되고 무한저장도 안되고

발효식품이기에 시간이 지나면 100% 버려야했기때문이었다.

한계상황에 도달한 그는 10월10일 아침 이메일로 맞벌이 아내에게 유서를 써 보내고

집을 나서서 원효대교를 향해 가다가 인체에 무해하다는 발표를 들었단다.

너무 기뻐서 발길을 돌려 서둘러 집으로 돌아와 메일수신을 확인해보니 다행히 아내가 아직 열어보지않았기에
그는 얼른 발신취소를 누르고 통닭 한마리를 사다 파티를 하였다는 사연이었다.

 

 

이놈의 나라는 어찌 그리 양은 냄비들만 모였는지 매스컴에서 한마디만 떠들면

온나라가 와글와글 연탄불위에 올려놓은 양은냄비 물끓듯하다가,

전에는 한참 지나면 언제 그랬느냐는듯 잊기도 잘하더니,

여기 저기 연이어 봇물처럼 터지는 악성 뉴스로 이번 만큼은 그 약발이 오래가고 있었다.

 

                  

 

 

한식음식점엔 손님이 줄고,

식당정문에는 <우리집은 순 국산 김치를 씁니다>라는 희한한 대자보를 붙여도,

상위의 김치가 남아 돌자,궁여지책으로 겉절이를 내놓거나,

아예식당문앞에 김치거리를 내놓고 다듬는 진풍경도 벌어졌다.

 

그래서 10월5일 여전도회때  만들어판 갓김치와 파김치의 인기가 하늘을 찔렀고
계속 더만들라는 성화때문에 ,

믿을수있는 정읍의 어느집사님이 손수키워 깨끗이 닦아 만든 고추가루를 50근씩 세번을 주문했던게 잘못이었다.

 

 

최고급?태양초라 가격도 만만치 않아 600g 한근에 9000원에 받아 10000원에 팔았으니

5근씩 담긴,5만원짜리 한봉지를 팔아도 겨우5천원이 남는 속빈강정이었는데,
우리도 그 고추가루로 김치 담고 ,올해는 아무래도 손수 담가먹는 숫자가 늘거라는 심증과

경쟁적으로 떠드는 추측성기사를 믿고 ,

목요일에 5근짜리 4개가 남아 불안한 생각이 들어 바자회 전날 50근을 추가로 주문한게 화근이었다.

 

 

서울하고도 강남 한복판에 사는 사람들이 많은 우리교회교인들과 그들이 데불고오는 VIP들이 ,

김치를 담가먹기보다는 얻어먹거나 사먹는 사람들이 많고

아예 김치를 안먹는 애들과 아예 집에서 밥을 안먹는 사람들이 많다는 사실을 간과한탓이었다.

아니 고추가루를 살 사람들은  추석이 지나면서

나름대로의 믿을만한 루트를 통해 이미 김장 고추가루를 확보해놓았던 것이었다.

 

 

 

 

                

 

 

 

바자회날 손으로 담근 김치와 갓김치,파김치는 동이 나도

고추가루의 인기는 시들해서 마지막 주문한 50근이 고스란히 남아버렸다.
모든 물건들이 반품을 전제로 들여왔는데 고추가루만큼은 그 다짐을 못했기때문이었다.

어떤 대형교회에서 부탁하여 1000근 가까이 손질하여 만들어 놓은게 캔슬되었다고

어떤 권사님을 통해 우리에게 간청해온 물품이었기에 차마반품을 할수없는  때문이었다.

 

 

아예김치를 담가먹지않을 젊은 집사들 말고,빈둥지 늙은이라해도
김장을 해서 아들딸네로 택배를 해보내는 권사님들에게 사정을 해보았건만 별 소득이 없었다.

다들 김치로는 사도 고추가루로는 못사겠단다.
결국 아쉬운 놈이 샘 파더라고 ,고추가루 없애기 위해 김치장사를 다시 해야했다.

리모델링을 준비하고 있는 교회형편이라  저장공간이 없어 올 김장은 못한다하니 교회에 팔수도 없고

배추를 절일 형편도 안되어 절임배추를 사기로 하고 알아보니 ,

대형마트에서 파는 절임배추는 겨우 서너포기인 10KG 가격이 2만5천원을 웃돈다.


헉!한근 1만원짜리 비싼고추가루에 [그런데 하나로에 가보니 우리같은 태양초는 14~8천원이었다]

한포기 7천원짜리 절임배추를 쓴다면 그건 정말 금치가 아니고 무엇이랴...

작년에 교회에서 괴산배추를 샀던것 같아 인터넷으로 알아보니
목사님이 하시는 괴산장터라는 사이트에  20KG 짜리 절임배추가 27000원이었고
지정시간에 받으려면 1박스당 추가요금 천원만 더 내면 된다는것이었다.

 

                           

 

 

수요일 여전도회때 팔려면 천상 화요일날 담가야 하는데
정상적인 배달시간은 언제나 오후3~4라고 하여 특배요금을 부담키로하고 금요일날 200KG을 주문했다.

월요일날,다른 권사님들은  하동으로 이사간 백권사님문병을 가버리고

아침8시, 몇년만에 골프를 떠나는 남편을 언니집에 내려놓고 나혼자 가락시장으로 갔다.


여전도회때 우리여전도회가 식사당번이기도 했지만
내일 배추가 도착하면 얼른 버무릴수 있게 속넣을 재료들을 준비해야했기 때문이었다.

작년에 500원씩으로 폭락했던 배추값때문에 

농가에서는 20%이상 배추를 심지 않아서 절대적으로 물량도 부족한데

설상가상 중국배추파동으로 괜찮은 배추는 2500원밑으로는 구경하기도 힘든다.

지금 한창 쏟아져나와야 할 무우도 큰것은 2500원이었다.


갓도,돌산갓도,쪽파도 지난주보다 다 비쌌는데 그나마 전날 비가 와서 흙투성이었다.

손질해줄 집사님들에게 미안했지만 그렇다고 안살수도 없어서 온 시장을 훑으며 재료를 샀다.

최고로 큰 2500원짜리 무우를 15개,붉은갓 5단,쪽파 5단 ,대파5단,마늘 1관,생강 1근반을 사고,

새우젓과 펄펄 뛰는 생새우3근,겉절이를  위해 굴도 두근만 샀으며

지난번에 못샀다고,세상에서 그렇게 맛있는 갓김치,파김치는처음먹어봤다고 비행기를 태우는 집사님들을 위해
돌산갓 10단,쪽파10단을 추가로 더샀고 양파와 찹쌀가루도 5KG이나 준비했다.

 

 

교회로 가서 짐을 부려놓고 옥수수두개로 점심을 떼우고 ,혼자서 하루종일 콩치고 팥치고 했다.

무우에서 무청을 잘라내어 삶는동안 무우를 씻었고,

우거지가 삶아지는동안,추가 밑반찬을 위해  땅콩을 삶았다.

땅콩이 삶아지는동안 북어양념을 위해 배와 양파를 갈고 ,

고추가루,고추장,진간장,미림,요리당,후추 파 마늘 생강 참기름 통깨 청홍고추를 썰어 북어양념을 만든후에는
내일 여전도회때 먹을 불고기15근을 양념에 재워 냉장고에 넣었다.

 

 


마지막으로 찹쌀풀을 쑤어 들통 셋에 담아 밖에 내놓으니 6시....

얼마만에 남편이 외박을 하는날인데 ,집에 돌아와 호젓함을 즐기기는 커녕
역시 내일 팔기위해 김자반을 무치고 빨래를 널고 시계를 보니 12시였다.
벼르고 별른 <아기다리고기다리던 >혼자만의 밤이 허무하게 지나간다.

 

 

이튿날 갑자기 쌀쌀해진 날씨라 도우미를 자청하고 나온 집사님들에게 너무 미안했다.

양지쪽을 찾아 갓과 파를 다듬고 일어나니 어김없이 20KG짜리 절임배추 10박스가 배달되어있었다.
참 좋은 세상이다.허리 아프게 배추 다듬고 행여 짤가,숨이 너무 안죽을가 노심초사할필요도 없고,

서너번이상 깨끗이 씻은 배추를 비닐에 싸고 다시 박스포장을 해오니  김장쓰레기도거의 없었다.

 

점심을 먹은후에 본격적인 김장이 시작되었다.
갓김치,파김치 부대와 배추김치부대로 나뉘어 채를 썰고
고추가루10근에 5KG 멸치액젓 3통을 붓고 찹쌀풀을 넣어 고추죽을 만들어
다시 마늘 생강 설탕을 넣어 둘로 나누고 배추도 나누었다.
2주일분 교회 김치로 100KG을 사겠다하여 ,미리 나누는 것이다.

 

식당 으로 들어와 식탁에 올려놓고 담는 김치는 얼마나 쉬운지...
거의 90포기가 되는 배추가 순식간에 김치로 변하여 교회김치 절반을 빼고도
3KG씩 포장까지 마치니 42개의 봉지가 만들어 졌다.
원가계산을 해보니 KG당 3500원정도 되었다. 내일 팔겠다고 만든 김치는
내일까지 가지도 못하고 도우미들에게 다 팔려 버렸다.

 

나도 선금을 주고 부탁한 구역식구들과,블로그친구 서니님에게 부칠김치를 챙겨놓고

다시 북어를 물에 불려 양념까지 마치니, 어느새 6시

남편이 골프를 마치고  집에 와 있을게 뻔한데 ,
미안하지만 혼자 저녁을 먹으라고 딴 집사님을 앞세워 전갈을 보냈다.[직접 하면 혼날까봐 ...]

 

 

수요일 바자회 결산이  있었다.
청국장에 알배기 배추로 만든 겉절이,무파래생채와 불고기와 쌈을준비해주고
본당에 올라가 결산보고를 했다.

남은 것들을 빼고도 우리 건어물부의 판매액수는 250만원이다.

남아있는 기증품을 처분한다면 총액은 놀랍게도 5천만원이 넘을것 같았다.

모두들 박수로 그동안에 고생한 서로를 격려하였다.

 

 

그러나 저러나 그난리를 꾸미며 김치를 담갔건만 고추가루는 30근이 그저 남아 있다.

친구에게 전화를 해서 10근을 팔아도, 20근이 남았으니 김치장사를 더해야할지
남은 고추가루를 내가 끌어 안고 있어야할지 고민이다.
없어서 못팔았으니 다시 담가 팔기만 하면 불티나게 팔리겠지만

인원동원이 어려우니 역시 김장 김치란 혼자힘으로는 어려운 반찬이다.
그래봤자 200KG 담는 고추가루는 열근이면 족하니 ...

 

아 고추가루야 내가 너땜에 운다 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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