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花無十日紅, 달도 차면 기우느니라

왕언니 2022. 4. 14. 22:28

열흘 붉은 꽃이 없다는 말이 정녕 진실인 것 같다 

 

그렇게 눈이 부시게 아름답던 벚꽃들이 , 열흘은커녕 사흘 반짝하고 다 떨어져 버렸다.

 

어디 꽃 뿐이랴 

열흘 붉은 꽃이 없듯이  아무리 절세미녀, 미남이라 해도  백 년은커녕 80도 정정하기는 어려운가 보다

 

내가 좋아했던, 비비안 리, 오드리 헵번 도  80도 못되어 병마에 시달리다 갔고 

이번엔 1960년대 혜성처럼 나타나 뭇 여성들의 마음을 빼앗았던 알랑 드롱이 

스위스에서 뇌졸중 치료를 받고 안락사를 선택했다는 기사가 얼마 전에 떴었다. 

 

 

그의 전처 나탈리 드롱도 췌장암으로 사망했는데

안락사가 금지된 프랑스에 살아서 안락사를 선택하지 못했기에

아랑 드롱은  1999년 스위스 국적을 취득해 현재 프랑스와 스위스의 이중국적자라고....

 

그는 “안락사는 가장 논리적이고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한다”며 “

특정 나이, 특정 시점부터 우리는 병원이나 생명유지 장치를 거치지 않고

조용히 떠날 권리가 있다”라고 말했으며

이미 스위스 변호사들과 전 재산을 정리했다고 하였단다

 

1960년 , 고등학교 1학년 때

그때는 단체관람 이외에 학생들의 극장 출입이 금지되었던 시절이었던지라 

불시에 선생님들의 암행 순찰에 걸리면 최소 정학 처분을 받던 시대였는데도  

자율수업을 빼먹고 몰래 극장에 가서 

혜성같이 나타난 아랑 드롱의 <태양은 가득히>라는 영화를 봤는데 

그때 우리들은  마치 감전된 듯   눈이 부신 아랑 드롱의 미모에 홀딱 반하여 

그 후에도  그가 나오는 영화를 기를 쓰고 보러 다녔던 기억이 있다.

 

 

"가난했지만  잘생긴 청년 톰 리풀리

인생의 역전의  꿈을 꾸던 중 고등학교 동창생   아버지를 만나

친구 찾아  로마로 건너가  프랑스 여자 친구 마르주를 보고

첫눈에  반하게  되지요."이렇게  시작되는 영화 "태양은 가득히 "

 

그를 유명하게 만든 "태양은 가득히"라는

영화에서 아랑 드롱의 뇌살적인 표정과 미소가  아직도 생생한데

 

수많은 여자와 염문을 뿌렸고 제대로 된 결혼생활을 하지도 못했지만  미워할 수 없는 남자

 

 

                                                       1935년생, 올해 87세인 알랑 드롱.

그렇게 아름답던 얼굴은 어디로 가고

이 저승점 가득한 노인네의 얼굴이 아랑 드롱이라니....

그리고 안락사를 선택하고 그날을? 기다리는 상황이라니...

 

허긴

나와 비슷한 나이의 윤정희는 알츠하이머에 걸렸고 

내 친구들도 나도,

어제는 무릎이 아팠다가 , 오늘은 팔뚝이 아팠다가...

이빨이 아파 임플란트를 해야 하고 

안경을 써도 사물이 흐려 보이고 , 기억력도 흐려지고... 

흡사  가을 텃밭에 대롱대롱 말라가는 희나리 고추나 가지처럼 볼품없이 늙어간다.

 

 

 

며칠 전이 결혼 51주년이었는데도   아이들도  잊은 지 오랜 기념일이 되어

우리는 둘이서 만 이천 원짜리  점심을 먹고 기흥호수를 돌았을 뿐이다.

 

태어난 것은 반드시 죽는다는 진리 앞에 

언제 부르실지 모르는 하나님의 음성에 귀 기울이다 ,

나도 언제라도 아멘하고 갈 수 있기를  매일 준비해야 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