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2월25일의 일기
****나는 적어도 우리 진혁이가 10년은 지나야 제대로 행간을 읽을 수 있을
이 일기에 2003년 2월 25일,역사적인 제 16대 대통령 취임식을 TV로 나마
< 곁눈질로 지켜본 > 할머니의 책임감?으로
<내나름대로의 느낌>을 스케치 해둔다.*****
어젯밤 나는 새대통령의 임기가 자정부터 시작된다는것을 처음 알았다.
지금까지 나는 마라톤경기의 바톤 터치처럼
대통령 취임식에서 전대통령을 단상아래 앉히고
대통령 선서를 하면서 부터 임기가 시작되려니 했던 바보였다.
그러나 DJ는 어제 이미 동교동으로 이사를 하였단다.
나는 어젯밤 자정에 새 대통령의 임기시작을 알리는
보신각 타종장면을 보긴 했지만
노대통령이 명륜동 사저에서의 마지막밤을 보내고
새 대통령으로서의 첫날 출발장면이 어떨까 궁금해서 계속 TV를 지켜보았다.
다른 대통령들과는 달리 노대통령은 5년간 살던 명륜동 빌라를
이미 매각한 상태라고 한다.
그러나 그동안 정들었고 ,대통령이 된 좋은 일을 만들어준 집이라
5년후에 다시 와서 살고 싶다라는 인사를
환송하러 나온 이웃 주민들에게 하고 있었다.
왜 집을 팔았을까?
내 나름 대로 생각해보니...
전임 대통령들이 대부분 임기를 마칠때 까지 비워두었던 집들을
5년이나 지난 다음에 들어갈려니 여기 저기 수리를 해야했고
그 수리가 단순한 수리가 아니라
분에 넘치는 호화판 수리라는 비난을 받아왔던것을 기억하고
아예 그 싹을 잘라버리려는것일게다.
뭐 혼자살던 저택도 아니고 빌라였었는데
아직 대통령 월급도 한번도 안받은 서민? 주제에
5년씩이나 집을 비워두는것도 이상하고
그렇다고 친인척 누구에게 살고 있어라 하기도 뭣해서 그런걸테지....
명륜동에서 국립묘지 갈때까지는 대통령 전용 리무진이 아닌 다른차를 타고
부부가 다 검은 코트를 입고 있더니
헌화 묵념이 끝나고 방명록에 "대통령 노무현"이라는 최초의 싸인을 한다음
여의도 취임식장에 가기 위해 국립묘지를 나서면서부터
부부의 의상이 달라지고 차도 리무진으로 바뀌었다.
대통령은 검은 넥타이를 하늘색 넥타이로 바꾸었고 코트를 벗었으며
영부인은 연두색 치마에 역시 같은 색의 두루마기를 입고 있었다.
양장보다 훨씬 우아하고 연두빛이 새봄,새 희망처럼 신선해 보였다.
특히 두루마기 밑으로 보이는 치마까지 같은 감으로 통일한것이
오히려 이채롭고도 우아해보였다.
[영부인의 한복 맵시라면 육영수여사를 능가하는 영부인을 아직 본적이 없다.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니 육여사가 영부인이 되던 나이는
아직 40이 안되던 젊은 나이였으니 옷맵씨가 예쁘지 않을 수 없었겠다.
나도 40이 되기전에 한복을 입으면 다들 예쁘다고 극찬? 했었으니까ㅎㅎㅎ]
대통령전용 리무진 [기다랗고 폼나는]을 타고
국립묘지에서 여의도 국회의사당까지 가는동안
여의도에서는 식전행사가 펼쳐지고 있었는데
왔다 갔다하느라
국악인 안숙선씨가 이동창씨가 작곡한 우리나라?라는 곡을 부르고
우리교회 교인이기도 한 신형원씨와 남궁옥분,양희은씨가 상록수를 부른것만 기억에 남는다.
생전 한복을 안입는 양희은이 웬 한복?하였더니
날씨가 추운데 바람찬 여의도 광장에서 본 식 시작 네시간전에 나와 떨어야하는지라
내복을 껴입기위해 그방법밖에 없었다고 한다.
그런데 나와 공연하는 사람들 알고보면 무지 고생들 하지....
예정대로라면 두시간 정도 더 식전식후 행사를 할거였는데
대구지하철역 참사때문에 대폭 행사를 줄인거라고 한다.[잘한일이다.]
취임식장에 5분전에 도착하게 하려고 리허설도 하고 시간도 재보고 했나보다.
김대중 대통령이 전 대통령들 중에 제일 나중에 도착하였는데
이희호여사는 주황색 두루마기를 입고 있었다.
날씨가 흐린탓인지 젊어보이기는 해도 역시 나이는 숨기지 못하겠다.
[내가 신기하게 생각하는것중에 한가지,,,
왜 김대중 대통령부부는 그 나이에도 그렇게 머리숱이 많은가?
주욱 앉아있는 역대 대통령들보다 단연 머리숱이 많았다. ]
그런데 다른 대통령들은 왜 동부인하지 않고 혼자만 왔을까?
부인들이 무엇을 입고 올지 신경쓸까봐 아예 싹을 잘랐나?
그러고 보니 외국 사절들도 다 씽글로 참석한것 같다.
좌석수 때문이었을까?...
그래서 그런지 예년에는 전임 대통령끼리 단상에 줄줄이 앉더니
이번에는 외빈들의 맨앞줄에 섞여서 앉아있었다.
드디어 노대통령이 도착하여 전대통령들과 인사를 하는데
DJ 부부와 악수를 한다음
제일먼저 ,이제는 완연히 늙어버린 최규하 전대통령과 악수를 하고
전두환, 노태우,김영삼순으로 하고 있었다.
[난 그런 장면을 볼때마다 저분들이 무슨 말을 하며 악수를 할까가 쓸데없이 궁금하다.]
이번 취임식에서 애국가를 부른 사람은 유명한 중견 성악가가 아니라
임형주라는 아주 어린 팝페라가수 였다.
그런것 말고도 이번 취임식은 다른때와 달리
우리시대를 대표하는 각계의 평범한 시민 8명과 같이 단상에 입장한다든지
인터넷으로 신청한 평범한 서민들을 많이 초청하는등
<참여정부>라는 이름에 걸맞도록 세심한 배려를 했다고 한다,
<밥퍼>로 유명한 최일도 목사를 위시하여
평생을 구두수선공으로 살아온 아저씨,
남을 위해 신장과 간 일부를 떼어준 휴머니스트,등등...
전임대통령들보다 짧았다는 취임연설은
어디에 숨겨진 프롬프터나,모니터로 컨닝을 했는지모르겠지만
자연스러워서 내 보기엔 좋았다.
취임연설의 내용이야 다 들었을터이니 긴말이 필요없지만
나중에 한방송국에서 심층분석한
"노대통령의 호감을 주는 연설 음역"이라는 걸 보니
대통령선거유세시의 그분 연설 음역이 아나운서와 비슷했다고 한다.
지금까지 대부분의 후보자들이 먼저 흥분해서<화난것처럼 악을 쓰는?>화법이었는데
변호사출신의 노대통령은 이미 인권변호사시절
5공청문회의 스타로 떠오른 그 차분하면서도 지긋이 누르는듯한
긍정후의 반론?<맞습니다,맞고요..>화법이 듣는사람들에게 상당히
설득력있는 호감을 주었다나 어쨌다나?
허긴 미국의, 배우이자 아나운서출신인 레이건 대통령의,
노령임에도 불구하고 재선까지한 매력포인트가
[데프론대통령이라는 닉네임말고도 ]
부드러운 그 화술에 있었다는 소문도 있었다.
이야기가 자꾸 장황해지지만
사실 나는 그 예식을 말하려는게 아니고
식장 밖에서 참석치못한 시민들에게 나누어 주었다는
사과와,배, 그리고 청와대 주변의 효자동 주민들에게 주었다는 초를 얘기하고 싶었다.
원래는 영호남간의 갈등을 서로 사과하고,
사랑하는 일은 배로 하고
끝까지 제몸을 태워 봉사하는 촛불이 되겠습니다. 라는
깊은 뜻이 있는 선물이라 한다.
뭐 물고 늘어지자면 단순한 발음에 의미를 부여하는게 유치찬란하다고 말할 수있겠지만
나 개인적으로는 그가 최소한 지금까지의 전 대통령들처럼 카리스마를 앞세워
<무데뽀>식으로 밀어붙이는짓?은 못하리라는 믿음은 든다.
나중에 모방송국에서 숨어서 노대통령을 만든 사람들을 초대하여
방담을 나누는 프로도 보았는데
다른건 몰라도 ,CF로 ,에니메이션으로,돼지저금통으로,
찬조연설자로,라디오인터넷 운영자로 활약한 그분들이
돈을 받고 헌신한게 아니라,인간 노무현의 사람됨을 보고 믿음이 가서
자원봉사를 했다는점이 흐뭇했다.
[이밖에 모방송국에서 소박한 농민들이 대통령에게 주는 선물을 공개했는데...
충남 당진의 꽈리고추,충북음성의 인삼,강원도의 감자,
김해의 단감,안동의 하회탈,무안의 양파와 마늘이 있었는가하면
나비의 고장 이기도 하고 우리 李씨의 本鄕이기도 한 전남 함평에서는
노대통령의 예정 재임날수인 1825마리의 나비를 날렸다고 한다.]
취임식을 마치고 전대통령의 손을 꼭잡고 단상을 내려오는 새대통령 을 보니
5년전 꼭 이맘때의 김대중 대통령의 취임식이 떠올랐다.
정말 5년이라는 세월이 어찌그리 순간인지...
구태의연하지만 눈깜짝할 순간[瞥眼間]이라는 말이 이렇게 실감날 수가 없다.
그때 DJ는 IMF라는 벅찬 숙제를 떠안고 시작했는데..
오늘의 노대통령은 나라안으로는 대구참사사건을,
밖으로는 핵위기와,미국과의 문제를 발등의 불로 떠안았다.
이런 얘길 쓰면 또 어떤 분들은 싫은 소리 할지도 모르지만
난 노란풍선 들고 열광했던 노사모도 아니고
그냥 2003년 2월25일 ,평범한 대한민국의 진혁의 할머니로
그들이 천하에 없는 애국자가 되어 소리높이 내걸었던 온갖 구호와 청렴을
왜 마지막날까지 初心을 잃지않고 해로하는 노부부처럼 간직할 수는 없는가에
관심이 있는것이다.
이제 취임식을 마친 노대통령은
요모저모,전직 대통령들이 자행한 온갖 비리와,치부와 남루를 다 보았다.
적어도 그가 생각이 온전한 사람이라면
다시는 그분들이 범한 그런 류의 잘못을 되풀이 하지는 말아야한다.
내개인적인 바램으로는 노대통령이 크리스찬이 되어
그에게 권위를 내려주신 하나님을 경외하는 정치를 했으면 하지만....
국민의 우려에 대한 최소한의 성의로?
그 다짐의 하나로, 취임전에 아들딸을 다 결혼시켰고
자나깨나 아들조심을 시키리라 한다니
이번 한번만 더 믿어 볼까나?...
대통령도 사람이니 100% 완벽할 수야 없지만
오늘 순백으로 단상을 꾸민것처럼
제발 돈에는 깨끗하고... ,
잘못한것은 정직하게 사과[謝過]하고....
전임대통령들보다 나라를 위해 배[倍]나 더 열심히 일하고....
당신도 역시 똑같은 부류라는 우려를
퇴임하는 1825일 후에
오늘 1825마리의 나비를 날리듯
홀가분하게 훨훨 날려보낼 수 있기를...
안으로 뜨거운 눈물을 삼키면서도
가난한 이웃들을 희망으로 밝혀주는
한자루 촛불[燭]이 되어
대구중앙로역에 모여 타오르는
그 슬픔까지도 다 태워주기를....
퇴임후에 더 칭송받는 지미카터보다도
오늘 박수받고 시작하여
5년후에 더많이 박수받고 떠나는,
우리나라 최초의 대통령이 되기를...
간절히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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