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지하철에서 <아줌마 전화소리 좀 줄여주세요 > 했다가
칼부림이 났다는 기사를 읽은적이 있었다.
나는 그게 전화 소리가 거슬려 항의했고 ,
그 항의가 거슬려 칼을 휘두른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18일 열린 재판에서
35세의 가해자 여성은 <아줌마>란 호칭때문에 발끈해서(억울해서?)
회칼을 휘둘렀다는 것이었다.
"아줌마 ,소리를 줄여달라고 하길래 "아줌마 아닌데요' 라고 얘기 했다.며
"제가 그렇게 나쁜 사람인지 모르겠다"고 했단다 .
아니 <아줌마>란 호칭이
칼부림을 할 정도로 그렇게 모멸스러울까?
그런데 이제 우리 사회에서는
아줌마란 호칭이 멸칭(蔑稱)으로 자리 잡은지 오래여서.
<나이들고, 부끄러움 없는, 그래서 수준 미달이라는 인격 비하의 의미로 까지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단다>
나는, 대부분의 여자는, 나이에 따라,
고등학교 졸업정도의 처녀들은 아가씨로 불렸다가 (18~}
결혼하여 더 나이를 먹으면 자연스레 아줌마가 되었다가 ,(30~)
더 늙으면 할머니가 되는게(50~60) 당연하다고 생각하며 살아온 세대다.
표준 국어대사전에 따르면
<아줌마 (아주머니)는 남남끼리에서 나이 든 여자를
예사롭게 이르거나 부르는 말>이라고 정의했다.
그런데 요새 사람들은 그보다 훨씬 더 ,
나이들어 보이는 것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것 같다.
옛날에는 30대 전에 이미 대부분 다 결혼을 해서,
애도하나 둘 낳고 하니, 애엄마정도의 나이가 되면
아줌마로 불리는것에 대한 거부반응이 별로 없었는데
생체 나이는 갈수록 젊어지고, 평균 초혼 연령도 매년 기록을 경신 중이어서
지난해 여성은 31.3세, 남성은 33.7세. 통계 작성 이후 최고치란다.
2002년에는, 결혼하는 여성의 나이평균은 27세, 남성은 29.8세였고,
평균 산모 연령은 29.7세였으니....
당시만 해도 사회 통념상 서른 살이면 얼추 결혼도 했고
애도 있겠거니 짐작해도 크게 틀리지 않았다는 얘기다.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 얘기다.
그러나 요새는 30대가 넘어도 결혼 안한 사람이 수두룩하니,
아줌마란 호칭은 <나이먹은 여자>라는 공식과 일치한다고 생각해서 ,
아줌마=늙어보이는 여자= 좀 함부로 말해도 되는 여자= 로 취급받는것 같아 기분 나쁘단다.
설문 조사에서 ‘아줌마’라 불러도 되는 나이로는
‘40세 이상’(30%)이 가장 많은 표를 얻었고
뒤를 이어 50세 이상(23%), 45세 이상(14%), 60세 이상(11%) 순이었단다.
‘30세 이상’ 응답률은 3%에 불과한것은....
애도 낳지 않고 결혼도 늦다 보니 늙음의 유예 기간이 길어진것이라고...
그러나 아줌마가 내포한 이미지는
지금은 할머니가 된 ‘과거의 아줌마’에 머물면서
이른바 ‘호칭 지체 현상’이 빚어지고 있는 것이란다.
요즘에는 50대 정도 되는 사람들부터 겨우 본인을 아줌마로 인식하고 ,
그렇게 불려도 칼부림을 할 정도로 기분 나빠하지는 않지만 ,
아줌마로 불리우면 ,
일단 겉으로 보기에 누가 봐도 늙어보인다는 평가라는 점에서
별로 기분 좋지는 않다고 한단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30~60대 남성들에게 '아저씨' 라는 호칭이 기분 나쁘냐고 물었더니
70% 이상이 나쁘지 않다고 했단다.
남자들이 여자보다는 외모에 대한 타인의 판단에 여성보다 덜 민감하기도 하고
남자들은 군대를 가면서 자연스럽게 듣게 되는(군인 아저씨?) 호칭이어서
큰 거부감이 없기도 한건가?.
그런데 지금 우리 사회에서는 언제부턴가
' 아줌마' 란 호칭은
상황이나,말투에 따라 빈정을 상하게 하는,
격이 낮은 호칭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무엇보다 "격식있는 자리"에서는 아줌마라고 부르는 경우는 거의 없어서,
아줌마란 호칭속에는 무례함이 내재되어있다고 생각한단다.
허긴 마트나 공공 장소에서 사모님, 여사님, 어머님..부르는것과,
아줌마!! 라고 불리웠을때 의 느낌은 많이 다를것 같기도 하다.
옛날에는 음식점에서 써빙하는 분들을
아무렇지도 않게 아줌마...여기 좀...!! 하였는데
요즘은 음식점에서도
언니,이모님, 정도로 미화된 호칭이 당연하게 통용되니 말이다
그래서인가?
40년동안 불려온 친근한 이름 '야쿠르트 아줌마'가 2019년부터 '프레시 매니저'로 바뀌고
대한항공은,
스튜어디스(여자) 스튜어트(남자)로 불려온 기내승무원 명칭을
'플라이트 어텐던트' (Flight Attendant)로 바꿨고
미국 자동차회사 포드는 회장직 체어맨(Chairman)명칭에서 '맨'을 떼어내고 '체어'로 바꿨고
경쟁사 GM도 직급과 호칭을 없애는 추세라고 한다.
이런 저런 이유로 호칭은 인플레이션 되어
선생님, 사장님, 사모님, 이모님,언니...대신
이름을 아는 경우에는 뒤에 氏를 붙여도 되지만 ...
지난해 '알바천국'이 MZ세대 아르바이트 직원 대상으로 조사한 가장 듣기 좋은 호칭은 "저기요"란다
사장님(22.3%) '선생님(11.7%) 를 앞서는 수치다.
국립국어원에서는
'저기요'를 사회적 관계를 직접적으로 드러내지 않아 편안하게 사용될 수 있는 표현이라고 기술했다고 한다.
그러니 지하철에서
아줌마...하지 말고 '저기요 휴대폰 소리 좀 줄여주실래요 '했다면
최소한 칼부림소동은 피할 수 있지 않았을까?
나이 들어 보이는게 그렇게도 치욕스러운 것일까? 다시 생각해보는 오후다.
(4월27일 조선일보 정상혁 기자의 글에서...첨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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