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전 우리 배추의 자태]
[2005년 11월 23일 수 흐림 ]
오늘 주말농장의 배추를 뽑았다.
걸어서 가면 1분 거리의 밭인데 한꺼번에 배추를 싣고 오려고 차를 끌고 가서
삼정아파트도 지나고 지금 대단지 주공 아파트를 신축하고 있는 현장까지 내려가
빙돌아 가는 바람에 15분이나 걸렸다.
문명의 이기가 편하기는 하지만 어쩔때는 배보다 배꼽이 클때가 얼마나 많은가...
처서가 지난 다음에 땅을 소독하는 약을 뿌리고 1주일뒤 60일결구 배추씨를 뿌리고
떡잎이 나오고 나서는 너무 배게 자란것을 솎아다 쌈도 싸먹고 겉절이도 해먹었는데
늦더위가 있던 9월까지는 간혹 물을 주었을뿐 올해는 날씨가 좋아서 물도 거의 주지않았는데
수확한것은 대략 80포기가 되었다.
말이 80포기 이지 뽑으니 채 포기가 차지않은것도 많아
무슨 큰 작업이라도 할것처럼 둘이서 장갑에 모자에
커다란 비닐봉지,빈소금포대,대형 시장가방등등 좀 크다 싶은 포장도구들을 잔뜩 갖고 갔는데
그자리에서 지저분한 겉잎을 칼로 도려내고 봉투봉투에 담아 차에 싣는 작업이 30분밖에 걸리지 않았다.
한 배 속에서 나온 새끼들도 아롱이 다롱이라더니
똑같은 날 뿌린 씨앗인데 어떤놈은 제법 묵직하게 알이 차서 팔안에 전해오는 느낌이 뿌듯하고
어떤놈은 결구도 되지않고 봄동처럼 네 활개를 벌리고 아직도 시퍼런 얼굴로 누워있어
꼭 지지리도 말안듣고 딴짓하는 말썽꾸러기를 보는 기분이 들었다.
주말농장을 하면서 농심이야말로 하나님의 마음이 아닐가하는 생각을 많이 했었다.
부지런히 밭에 다니는 사람의 밭이 눈에 띄게 작황이 좋아
<뭘 주었길래 그렇게 잘커요?>하는 질문을 하면서
<그집애는 어쩜 그리 수학을 잘해요? 어떤 선생님한테 배워요?> 하는 cf를 떠올렸다.
그럼 cf 속의 엄마는 이렇게 답한다.<우리애는 제가 가르쳐요> 우량 배추밭 임자도 말한다.
<그저 부지런히 다니며 물주고 풀뽑지요>
허긴 화초나 채소는 주인의 발자욱 소리를 듣고 자란다고 한다.
무엇이나 정성을 쏟는것 만큼만 자란다는 말이리라.
그런 의미에서 우리부부는 부지런하고 정성이 많은 농부는 아니었다.
배추가 땅맛을 알고 날씨가 차거워지면서 속잎은 더이상 벌레가 먹지않는다기에
물도 주지않고 거의 방치해두어서[밤에 하나님이 자라게 해주셨으니망정이지 ]
오로지 <무농약배추>를 키운다는 자랑외에는 더 내세울게 없는 농사꾼이었다.
그렇게 불성실하게 농사를 지었는데도 이만큼 배추를 거둬들인것만도 얼마나 감사한지 모르겠다.
어제는 교회의 행복한 모임에 배추 몇포기를 가져가서
시장에서 산 알배기 1박스와 합쳐 겉절이를 했는데 얼마나 고소하고 맛있었는지 모른다.
머리털나고 내가 심은 배추를 내손으로 수확하여 김치를 담그는게 처음 일이다.
올해처럼 김치때문에 말이 많은 해에 때맞춰 백수가 되는 바람에
아무걱정없이 내가 심은 무농약배추로 김장을 할수있게되어
이것도 다 여호와 이레이신 하나님 은혜라 싶어 감사하는 한편 ,
모든 사람들이 ,문명이 발달하여도 돈이 암만 많아도 ,결국 먹거리는
옛날로 돌아가 자급자족하지 않으면 100% 안심하고 먹을수는 없지 않은가 싶기도 하다.
월요일 행복한 모임식사준비를 하려고 가락시장에 간김에 알이 작은 동치미무우를 6단 샀다.
큼직한것은 5개 묶어서 5000원인데 두손안에 쏙드는 작은 알이 10개씩 묶여서 5500원이나한다.
동치미무[초롱무?]계의 명품이라고나 해야할가?
무청이 너무 싱싱하고 몸매도 잔털이 거의 없고 고와서 미스코리아라고 이름붙였다.
우리배추가 알이 꽉차지 않은 시골스런 배추이기에
올 김장은 전통적인 방법보다는 옛날처럼 배추한켜 무한켜를 채우는 방법을 쓰려고
어제 행복한 모임을 끝내고 와서 저녁도 먹기전에 배추와 무우를 다듬었다
배추 시래기와 무청을 삶아 무청은 물을 빼서 가지런히 간이 빨랫대에 널고
배추 시래기는 먹기좋게 잘라 지퍼백에 담아 냉동실에 넣었다.
보기에는 천해보여도 배추 우거지나 무청에는 영양분이 만땅이다.
웰빙바람으로 먹거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요즘,
옛날 가난하던 시절 시래기라 불리며 천대받던 무청이 많은 이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다.
<봄날의 氣는 쑥에있고,가을의 氣는 무청에 있다>는 말이 있듯이
하 찮아보이는 시래기에 엄청난 영양이 숨겨져 있다.
무와 무청에 많이 들어있는 식이섬유는 위와 장에 머물며
포만감을 주어 비만을 예방하고 당의 농도가 높아지는 것을 지연시킨다고 한다.
무는 또한 90%이상이 수분으로 구성되어 있고
전분,지방,단백질을 분해하는 효소가 있어 소화 작용에 이롭다.
무는 알카리성이기 때문에
생선 구이 등과 같은 산성 식품과 함께 먹으면 특히 몸에 좋은줄 알면서도
흔히 그냥 버리기 쉬운 무청에는 딸기보다 비타민 C가 많이 들어 있으며,
비타민 B1과 B2 역시 우유보다 풍부하다는걸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또한 비타민 A도 같은 크기의 당근 보다 두배가 넘게 함유돼 있어 간암억제에도 효과가 크고
철이 많아 빈혈에 좋고,칼슘 및 식이섬유가 함유돼 있어
혈중 콜레스테롤을 떨어뜨려 동맥경화 억제에도 좋다는 사실도.....
김장때 싱싱한 무청을 잘라 통풍이 잘 되는 그늘에 그냥 말리거나
삶아서 말려[덜 부스러진다] 음식재료로 사용하면 아주 영양가가 높다.
무청으로 시래기 된장국,시래기 나물,시래기 전,시래기 지짐,
감자탕,민물생선 찜 등 다양한 요리를 선 보일 수 있다.
또 한술 더 떠서 요즘엔 시래기가 미용이나 치료제로도 사용되고 있는데
시래기를 끓인 물에 발을 담그면 각질제거에 좋고
몸이 찬 사람은 혈액순환에 도움을 주어 관절통증도 완화할 수 있다고 한다.
배추 우거지 국이나 무시래기국을 좋아하는 나는 무우를 살때 꼭 무청이 달린것을 사서
내손으로 무청을 잘라 소금물에 삶아 손질하여 지퍼백에 넣어 냉동해두었다가
며느리나 딸도 주고 구역식구들에게도 선물한다.
하찮아보이는 무시래기지만 청양고추 쫑쫑 썰어넣고 된장국을 끓이거나
꽁치나 고등어를 조릴때 밑에 깔아도 좋고,
특히 붕어조림이나 민물생선 조릴때는 거의 필수로 원재료보다 부재료인 무청이 더 맛이 있다.
사람도 오래 사귈수록 진국인 사람이 좋듯이
가을 겨울의 시래기국은 오래 끓일수록 깊은 맛이 난다.
한소금 푸르르 끓이는 달큰한 봄날의 솎음배추국과는 차원이 다른 은근하면서도 깊은 맛이다.
김장을 하면 공짜로 생기는 배추우거지로는 추어탕이나 해장국을 끓이고
삶아 말린 무시래기로는 된장국이나 생선조림을 해서 먹으면
요즘처럼 주머니가 가벼운 때 웰빙이며 영양 만땅이니
이거야 말로
도랑치고 가재잡고, 님도 보고 뽕도 따고, 마당쓸고 동전줍고,
배먹고 이닦고, 꿩먹고 알먹고 ,둥지털어 군불때는 일거양득이 아닐까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