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인당 국민총소득(GNI)은 3만3천745달러에서 3만6천194달러로 7.2% 올라
대만과 일본을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의 1인당 국민총소득(GNI)이 처음으로 일본을 제친 것으로 나타났다.
5일 한국은행은 지난해 한국의 1인당 GNI가 3만6194달러로, 일본(3만5793달러)을 앞섰다고 밝혔다.
1인당 GNI는 우리나라 국민이 국내와 해외에서 벌어들인 돈을 인구수로 나눈 것으로,
생활 수준을 국제적으로 비교할 때 많이 쓰인다.
인구 5000만명이 넘는 국가 중에서는 미국·독일·영국·프랑스·이탈리아에 이어 한국이 여섯째다.
국민소득 역전은 한국의 꾸준한 성장과 일본의 침체가 누적된 결과다.
1990년대 중반엔 일본의 국민소득이 한국보다 3만달러 이상 많았다. 하지만 한때 5만달러를 넘었던 일본의 국민소득은 장기 불황을 겪으며 3만달러 중반으로 떨어졌다.
같은 기간 1만달러대였던 한국의 1인당 소득은 3배로 뛰어올랐다.
일본 엔화의 기록적인 약세와 한은의 GDP(국내총생산) 기준년 개편 영향도 반영됐다. 기준년은 한은이 통계를 낼 때 기준으로 삼는 연도로, 5년마다 기준년을 바꾸면서 새로운 산업 효과 등을 통계에 포함한다. 이번 기준년 개편 결과, 지난해 명목 국내총생산(GDP)이 2401조원으로 개편 전(2236조원)보다 7.4% 늘었다. GDP 세계 순위는 당초 14위에서 호주와 멕시코를 앞선 12위로 상승했다. 최정태 한은 국민계정부장은 “환율이 안정된다는 전제하에 수년 내에 1인당 국민소득 4만달러 달성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고령화가 부추긴 일본의 장기 불황
일본 장기 불황의 시작은 1980년대 후반부터 거대하게 커진 거품의 붕괴였다.
당시 엔화 강세로 수출 부진이 우려되자 일본은행은 경기 회복을 위해 정책 금리를 역대 최저 수준으로 끌어내렸다. 저렴한 돈으로 은행들은 중소기업과 개인을 상대로 담보대출을 경쟁적으로 확대했다.
기업들은 싼 돈을 빌려 재테크에 치중하면서 주가와 부동산 가격을 끌어올렸다.
거품은 오래 지속되지 않았다. 일본 6대 도시의 토지 가격은 1990년에서 1997년 사이 절반 값이 됐다.
대규모 부실 대출을 떠안은 금융기관은 민간 대출을 줄였고, 실물경제가 동반 침체했다.
내수 부진이 장기화하며 1999년 들어 소비자물가도 마이너스로 전환했다.
물가가 더 떨어질 것으로 예상한 소비자들은 점점 더 소비를 미래로 미뤘고,
이윤이 줄어든 기업은 투자하지 않는 악순환이 지속했다.
사회 전반적인 고령화는 장기 불황의 중요한 원인이다.
이미 1970년에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 인구의 7%인 고령화사회에 진입한 일본은
1994년에 그 비율이 14%인 고령사회였다.
현재 일본은 65세 인구가 전체 인구의 29%를 차지하는 초고령사회다.
김규판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일본에서는 일손이 모자란다는 뜻의 인수부족(人手不足)이라는 용어가 일상화될 만큼, 노동인구 감소 문제가 심각하다”고 했다.
◇기록적인 ‘수퍼 엔저’도 한몫
근소한 차이로 좁혀진 한일 간의 소득 격차를 역전으로 이끈 방아쇠는
한은의 국내총생산(GDP) 통계기준 개편과 수퍼 엔저가 당겼다.
한은은 5년마다 한 번 기준년을 바꿔 그동안 집계되지 못했던 새로운 산업들이 생산하던 부가가치를 한꺼번에 반영하는데, 이번에 기준년을 2015년에서 2020년으로 바꾸면서 작년 국내총생산이 7.4% 늘었다.
34년 만의 기록을 갈아치울 만큼 역대급으로 낮아진 달러 대비 엔화 가치도 영향을 줬다.
달러 대비 엔화 환율은 지난 4월 말 34년 만에 160엔대를 찍었다가 최근 155엔대에 거래되고 있다.
최정태 한은 국민계정부장은 “일본은 2022년에 이어 2023년에도 통화 가치가 하락하면서
1인당 국민소득 순위가 한국보다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했다.
한은이 이번에 일본의 국민소득을 계산할 때 참고한 환율은 작년 평균 환율인 140엔이다.
재작년인 2022년의 평균 환율이 132엔 정도였던 것을 감안하면,
달러화로 표시한 일본의 1인당 국민소득은 1년 만에 앉아서 6%가량 손해 본 셈이다.
반면 한국 원화의 달러 대비 평균 환율은 같은 기간 1300원 안팎으로 유지되고 있었다.
앞으로 양국의 환율 변화에 따라 한국과 일본의 1인당 국민소득 순위는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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