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회마을에서 본 능소화]
점점 삭막한 세상을 살면서 어쩌다 맘에 드는,
사람냄새나는 사람을 만나면 그렇게 기분이 좋을 수가 없다.기대하지도 않은 곳에서 기대이상의 사람을 만났을때의 기쁨이란....
이번 철지난 피서여행중에 나는 그런 사람을 만나는 행운을 가졌다.
우리 부부에게는 해마다 휴가를 같이 즐기는 22년지기 멤버가 있다.
수유리 살때,
같은 구역식구이거나 또래의 아이들을 같이 키운 다섯 엄마들과
그 엄마들의 등에 부록?처럼 붙어다니는 남편들이다.
여자들의 나이도 55세에서 60,남편들의 나이도 60에서
64로
한창 팔팔하던 서른후반때부터
도봉산과 우이암 북한산을 헤매고 다닌 남녀
친구들이니.
이젠 비록 동서남북으로 뿔뿔이 흩어지고
살기에 바빠 매주 다니던 등산을 못가고 있지만
한달에 한번 아니면 서너달에 한번이라도 모여 별식을
즐기고
일년에 한번 휴가는 꼭 같이 가고
집안의 대소사에 빠짐없이 참여하여 友誼를 다지고 있는
사이이다.
또한 66싸이즈 이전부터 수영복 몸매까지 적라라하게 노출한
20년이상 친구사이이니
남의 남편
내남편 할것없이 흉허물없이 한냄비에 수저넣고
돌려가며 훌쩍훌쩍 국물먹는데도 아무 지장도 거리낌도 없다.
이번 여행은 약국을 하는 현준엄마로 인해
올봄부터 행선지가 일찌감치 정해져 있었다.
십여년동안 약국에 데리고 있던 친정조카 진희가
영천에서 이름도 생경한 <식육식당>을 하고 있는데
[정육점과 식당을 겸한다는 말이렸다]
와서
진짜 한우 맛도 보고
청송 가는길에 황토로 지은 별장이 있으니
그곳에서 쉬었다 가라는 초청을 받은것이었다.
그 진희야 우리가 다같이 수유리 살때 약국에 드나들며 보았던
싹싹하고 눈이 예뻤던 조카라고 기억하고
있지만
벌써 십여년전에 결혼하여 그곳을 떠났고
그후론 만난적이 없으니 도로 서먹한 사이였는데
지난 봄 현준이 결혼식때 만나,
하도 간곡하게 휴가때 놀러오라고 청을 하는 바람에
주왕산에 안가본 사람도 많으니 ,
그럼 이번에는 그쪽으로 가볼까? 하게 된것이었다.
더위야 한풀꺾였지만
장사하는 집인데 그곳에서 너무 오래 묵는것은 폐가
될듯싶어
26일 하룻밤만 그곳에서 자고
27일은 주환이가 잡아준 수안보콘도에서 자고 오기로 스케쥴을
잡고
우리는 비가 내리는 8월 26일 아침 7시에 여주휴게소에서 만났다.
한집이 사정이 생겨 8사람이 되었으니 차가 두대만 가면
되겠지만
토요일 오후에 내가 먼저 올라와
교회의 지도자 컨퍼런스에 참석해야하는 일이 생겨
[다른 사람들을 내스케쥴에 맞출수는 없는 일이라 ]
우리는 그냥 우리차로 가게되어
여덟명에 차
세대가 동원되는, 겉보기에는 분에 넘치는 ?여행이 되었다.
그러나 돌아와서 결산해보니 한집에 20만원도 안쓴[교통비
빼고]
놀랄만큼 저렴한 휴가였었다.
여주 휴게소에서 한집당 오뎅한그릇을 사서
우리가 사간 천원짜리 김밥으로 아침을
때우고
원주에서 중앙고속도로 바꿔타고 안동까지 가니 11시가 채 안되었다.
작년에도 휴가첫날에는 출발할때 비가 내렸는데,...[아랫쪽은
너무 더웠다.]
역시 우리가 정하는 ,
남들 다 다녀온 뒤,설거지하는기분으로 가려는 8월의 마지막주
목금토는
태풍의 위협이 등뒤에 도사리고 있는 아슬아슬한 시기임이 틀림없나보다.
작년에 外島 구경 잘마치고 돌아온 바로 뒤에 태풍
매미가 드리닥쳐
통영과 거제도 선착장을 쑥대밭을 만들더니
올해도 주말늦게부터 태풍이 온다니 말이다.
그래도 걸어다닐만한 가랑비여서 땀이 많은 나는 오히려 이런 날이 좋았다.
나는 작년 초봄에 세원언니가 창립한 평화산악회 첫번
여행때 와본곳이라
엘리자베스여왕 방문 기념관에서 여왕과 사진 한장씩을 찍고
가이드 없이
하회마을과 낙동강변을 안내하고
주막에서 감자전과 정구지[부추]전을
시켜주니
주모가 비오는날 부추전은 동동주와 같이 먹어줘야 한단다.
예수믿는 사람들이고 운전을 해야 하니 안먹었으면 좋겠는데
성당에 다니는 두집이,
여덟명에 동동주 한되는 술도 아니라고 빡빡 우기는
바람에
나는 겨우 조롱박으로 떠주는 작은잔 반잔을 마셨는데도 알딸딸 하였다.
[하회마을의 영모당에 있는 萬枝松]
열두시쯤 일어나서 영천으로 가기전에 ,
재작년에 거의 턱앞까지 갔다가 들르지못한
한시간반 거리의 강구항에 가서
회와 영덕게[요샌 러시아산뿐이었다]를 먹기로 하고 34번
국도를 찾아가는데
표지가 아리까리한 네거리에서 남편이 자꾸 엉뚱한고집을 피우는 바람에
1시간쯤 다른길을
헤매다 강구에 도착한것은
거의 세시가 다 되는 시간이었다.
내딴엔 인터넷 검색을 통해 알아낸 맛집으로 가려고
방파제 끝까지 헤맸지만 결국 찾아내지 못하고
배고프다는 아우성에 밀려 ,
주차장시설이 좋고 바다가 보이는 집으로 낙착을 보았다.
강구항은 예전에 <그대 그리고 나>라는
드라마로 잘 알려진 항구인데
막상 가보니 최불암이 부두 막일을 하던 어시장 주변에만
크고작은 게요리집들이 즐비할뿐
일출을 보기
위해 포항쪽으로 삼사해상공원이라는곳을 가면 모를까
내보기엔 안면도 꽃지해수욕장보다 못한 어수선한
해안이었다.
주인 아줌마는 한산한 주중 늦은 점심시간에
제발로 걸어들어온 여덟사람에게 큰 기대를
걸었나보다.
두마리 5만원하는 게를 3마리를 줄테니 한사람에 한마리씩 먹으란다.
엥?
한마리씩이나?...
사실은 진희가 영덕에도 들리지 말고 곧장 자기집으로
와서
최고의 한우맛을 보라고 야단인것을
겨우
저녁식사로 미뤄둔 참인데 이시간에 게를 그렇게 포식했다간
진희가 성의를 다해 마련한 저녁식사가 찬밥?신세가 될게
아닌가?
그리고 이팀은 다 땡삐들이라 아무리 값싼 러시아산
대게라 해도
한마리씩 독식?을 할 만큼 뱃장이 두둑한 사람은 아무도 없다.
<우리 여섯시쯤 영천가서 최고급 한우
먹어야해요.
그냥 5만원짜리 광어회 한접시 하고 게 세마리 쪄주세요.>
바다가 보이는 이층으로 올라가 자리에 앉았지만
다들 결정을 못하고 눈치만 보는것을 돈주머니를 찬 내가 용단을 내렸다.
아줌마는 아쉬운 얼굴을 하고 ,
다 한마리씩 먹을줄 알고 싸게 불렀다고 머뭇거렸지만
어쩌랴...
한물 간 바닷가에 점심때도 훨씬 지난 시각이니 그렇게 라도 팔아야지...
무채도 깔지않고 소복하게 대소쿠리에 앉아있는 회도 생각보다
많고
<스끼다시>도 그런대로 먹을만했고
먹기좋게 손질해서 주는 게도 감질날 정도는 아니었는데
결정적으로 거저 끓여준 매운탕맛에 혹해서 ,밥은 안먹기로 했던사람들이
밥 네공기를 시켜서 게딱지에
비벼먹고 ,매운탕에 비벼먹고?했더니
진희네집에 가서 행여 맛있게 먹어줄 수 있을가 걱정이었다.
밥을 먹는 중에도 진희에게서 계속 전화가 와서
횟집주인과 지도와 진희남편 조서방의 안내로 ,
물어물어 찾아가는 영천행이 시작되었다.
다른
길도 있었지만 포항까지 7번 국도를 타고 내려가서
안강이라는 곳에서 28번 도로를 바꿔타고 영천 I.C까지만 오면 그다음엔
35번 국도를 따라 오면 국도 변에 있으니 걱정말란다.
도대체 핸드폰 없을때는 다들 어찌 살았을까?
내가 핸드폰이 제일 유용하다고 생각하는 순간이
이렇게 여행지에서 길찾을때이다.
눈을
부릅뜨고 표지판과 지도를 번갈아 보다가
헷갈리는 순간에는 재발신을 누르며
한치의 오차도 없이 화남면에 있는 보영식육식당을 찾아내니
속모르는 뒷차 사람들은
내 집찾는 실력이 과연 20년 독재?하는 회장 답다고 혀를
내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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