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에 따라 사회적 약속도 달라지지요. 맞춤법 또한 시간이 흐르며 변화합니다.
그러므로 맞춤법을 몇 군데 틀렸다고 해서 그 글이 나쁘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지적 자질까지 의심 받게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 나이가 드신 분들은 새로 바뀐 맞춤법 규정을 익힐 기회가 없어 옛날 표기법대로 쓰시는 경우를 흔히 봅니다.
특히 더 잘 써 보려고 하다가 틀리는 경우는 웃음을 자아냅니다. ‘문리치료’ '구두 닭습니다.' 등으로 쓴다면
어떻겠습니까? 물론 일부러 변형시켜 쓰는 것은 언어생활을 풍부하게 하는 면이 있습니다.
한 예를 들어 ‘유시민’을 ‘유쥐민’으로 쓰는 것을 저는 환영합니다.
가장 큰 문제는 영어 스펠링을 틀리면 부끄러워하면서
우리말 맞춤법에는 대범한(?) 태도를 보이는 행태가 아닐까 합니다.
그동안 페이스북을 보며 여러분의 글에 가끔씩 나타나는 맞춤법의 오류들을 체크해 보았습니다.
혹시 이런 글이 여러분의 심기를 상하게 하지 않을까 걱정이 듭니다. 페이스북을 통해 서로 전공이나
재능을 나눔으로써 교학상장(敎學相長)할 수 있는 공간으로 이용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이런 글을 올립니다.
참고로 저는 국어국문학 전공자입니다.
먼저 여러분 글에 자주 나타나는 오류로,
할런지-할는지, 통털어-통틀어, 엄한 데-애먼 데, 비젼-비전,
뵐께요-뵐게요, 일찍이-일찌기, 더욱이-더욱이
등이 보였습니다. 모두 뒤의 것이 맞는 표기입니다.
다음에는 약간의 설명을 곁들여 말하겠습니다.
1, 고마와, 고달파, 가까와
옛날식 표기입니다. 모음조화에 의한 표기이지요.
그런데 현행 맞춤법은 사람들이 많이 발음하는 대로 바뀌었습니다.
일부 모음조화 파괴를 인정한 것입니다. 그래서 ‘고마워’, ‘고달퍼’, ‘가까워’ 등으로 써야 합니다.
2.'으로서'와 '으로써'
'으로서'는 자격의 의미를 가질 때 - 선생으로서, 교사로서
'으로써'는 수단, 방법의 의미로 쓰일 때 - 이로써 해결되었다. 결승골을 넣음으로써 승리했다.
3.'에'와 '에게'
무정물에는 '에'를 쓰고 유정물에게는 '에게'를 씁니다. 여기서 유정물이란 본능을 가진 것
즉 사람과 동물을 가리킵니다. 식물은 아닙니다. - 개에게 밥을 주다. 꽃에 물을 주었다.
나라에 충성, 부모에게 효도.
4. 옳다와 올바르다
'옳다'가 활용되어 '옳은'이 되고 올바르다가 활용되어 '올바른'이 됩니다.
5.'든지'와 '던지'
‘든지’는 선택 - 가든지 말든지
‘던지’는 과거시제 - 어찌나 좋았던지
6. 서구식으로 피동을 겹쳐 쓰는 경우 - '보여지다'
어려울 것으로 '보여집니다' 이런 말은 한국어에 없습니다.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라고 해야 합니다.
7. ‘율, 열’과 ‘률, 렬’의 용법
선율, 범죄율, 대열/ 확률, 사망률, 일렬 : 어려운 것 같지만 무조건 ㄴ다음이나(선율) 모음 뒤(범죄율, 대열)에서만
‘율’, ‘열’로 적는다는 점을 기억하면 됩니다.
8. 가장 많이 나타나는 맞춤법의 오류는 사이시옷이더군요.
먼저 사이시옷은 체언과 체언(명사와 명사라고 생각해도 됩니다.) 사이에 들어가 관형격조사 '의'의 역할을 하는
형태소입니다. '촛불' 이라고 하면 '초의 불'이라는 뜻이 되지요. 이것을 잘 사용하려면 단어가 고유어인지
한자어인지를 알아야 합니다. 왜냐하면 사이시옷은 연결되는 두 단어 중 한 단어라도 고유어일 때만 쓰기 때문입니다.
이삿짐, 부잣집, 수돗물, 칫솔 등에서, 짐. 집, 물, 솔 등은 모두 고유어이므로 사이시옷을 쓴 것입니다.
물론 두 단어가 모두 고유어일 경우에도 씁니다. '나뭇잎'에서 나무와 잎은 둘 다 고유어입니다.
사이시옷 용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된소리나 거센소리 앞에서는 쓰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뱃살’은 쓰지만 ‘배탈’은 안 씁니다. ‘뒷풀이’가 아니라 ‘뒤풀이’가 맞습니다.
같은 이치로 뒤통수, 뒤편이 됩니다.
문제는 한자어에 있습니다. 원칙적으로 한자어 사이에는 시옷을 쓰지 않습니다.
'칫솔'은 쓰지만 '치과'는 안 쓰는 이유가 여기 있지요. 마찬가지로 '초점' '대가 代價' '시구' '시가 時價' 등의
한자어에는 쓰지 않습니다. 다만 읽을 때는 뒤 음절을 된소리로 하지요. 그래서 '초쩜' ‘대까’ 등으로 발음합니다.
여기서 놓쳐서는 안 되는 것이 예외입니다. 현행 맞춤법에서는 6개의 예외를 두었습니다.
따라서 한자어에서는 이 6가지 경우에만 시옷을 써야 합니다.
'셋방' '찻간' '숫자' '횟수' '곳간' '툇간'
예외는 이 6개뿐입니다. 합성어 '전세방' 기차간' 등에도 써서는 안 됩니다.
마지막으로 글쟁이들 사이에서 회자되는 격언 하나를 소개합니다.
“맞춤법·띄어쓰기를 잘 안다고 해서 좋은 글을 쓰는 것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