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경 제닭 잡기...[2] 닭털 날리러 오신 손님들
[赤과 靑...청미래님방에서]
10월30일 [토]
어제 집에 오는길에 이젠 집에서 아무것도 할게 없다고 남편에게 맹세? 하고서는
뒷베란다에 나가보니 이틀전에 새우볶음을 하려고 사다둔 재료가 아직 있었다.
마늘쫑 두단과 새우1kg,
귀찮다고 내가 두고 먹기엔 너무 많은 양이었다.
남편을 구슬러 인터넷 바둑을 하게 하고 소리죽여 또 우렁각시노릇에 들어갔다.
고추기름 약간을 두르고 약한 불에 마른새우를 볶으며 소금과 약간의 설탕을 뿌린다.
다른팬에 3센티정도로 자른 마늘쫑을 소금을 뿌려가며 볶아 덜어내고
다시마간장,미림,요리당,마늘생강 ,참기름, 고운고추가루 약간을 넣어 바글바글 끓이다가
볶아둔 새우를 재빨리 넣어 졸여 식으면 맨나중에 파랗게 볶아둔 마늘쫑을 합하여
통깨를 듬뿍넣으면 천연 키토산 의 보고 마른새우볶음이 완성되었다.
우리門 사람들에게 미안한 일이지만...
또 오밤중에 풍겨오는 새우냄새에 침을 삼킨 사람들은 없었을까?
너무 피곤하여 늦잠을 잤다. 깨어보니 여섯시반이 넘었다.
정말 누구말대로 새벽기도를 번번히 빼먹을 만큼
바자회의< 일>에 너무 중독되어있는것은 아닌지 찔림을 받는다.
정신없이 아침을 챙겨주고
간밤에 만든 반찬과 포장용비닐,쌤플을 담을 밀폐용기,
맛보기를 장식할,
청홍고추,마늘채,다진파,청홍고추,검은깨,흰깨,잣,참기름을 챙겨
플라스틱바구니에 담아 내놓으니 남편이 또 한마디 한다.
<어젯밤엔 아무것도 안한다더니 또 뭐 만들었어? 영동교회 바자회는 당신 혼자 다 하누만?
끝나고 아프기만 해봐라,가만 안둘테니...>
<안아플께,기도 많이 해서 날씨 좋잖아요,안추우니 안아플꺼야.>
사흘동안 내내 내차 트렁크는 장사치처럼 오만 물건이 가득가득 실렸고
차안에서는 건어물냄새와 양념냄새가 진동했었다.
< 오늘 까지만 봐주슈.,얼른 가야 주차할수있을테니 운전좀 해주시고...>
같이 나가는 날엔 말 안해도 남편이 운전을 하지만 오늘은 날 시켜도 못할것 같다.
온몸이 쑤시고 눈꺼풀이 내려앉아 교회로 가는 40분동안 비몽사몽해야했다.
다행히 토요일이라 고속도로는 밀리지 않아 교회에 도착하니 8시 반이었다.
마담포라주차장에 다행히 내 주차공간이 남아있다
차에 앉은채 잠깐 감사기도하고 교회로 갔다.
건어물부에서는 해마다 내가 제일 먼저 도착해서 물건을 밖으로 끌어내어 진열하느라
아무리 추운 날에도 땀을 뻘벌 흘렸는데 오늘은 웬일로 k집사가 나와 물건을 반이나 끌어내고 있었다.
터키여행때 코를 골아 나를 잠못자게 했던 룸메이트인데
이번 바자회에 새 멤버가 되더니 이렇게 나를 감동 시킨다.
<집사님 웬일이야 이렇게 일찍?>
<그동안 이집사 혼자 수고 했잖아 내가 집이 젤 가까우니 먼저 나와야지...>
덕택에 도와주려 따라왔던 남편은 할일이 없어 가게로 가고
속속 도착한 다른 식구들과 물건을 정리하고 ,잔돈을 챙기고 ,맛보기를 만들고
슬슬 물건 팔 준비에 돌입했다.
교회마당에 꽉차게 천막이 쳐지고 음식을 먹을 탁자와 의자가 놓였다.
그 주위를 빙빙 돌아가며,김치,순대,떡,튀김,오뎅,팥죽,호박죽,빈대떡,핫도그장사가 포진을 하고
부엌문 입구엔 그제 부터 끓여댄 사골국물에 한우 사태를 삶아 3000원을 받는 설렁탕 주방이 차려졌다.
본당으로 올라가는 계단 밑에는 표고버섯,무공해야채,과일이 들어서고
식당으로 쓰는 101호실에는 김밥과 파전,커피와 생강차,식혜를 파는 300원균일의 카페가 있고
우리 건어물부는 소재?의 특성상 언제나 교회 입구 오른쪽을 지정석으로 쓴다.
문옆에 있어서 추울때도 있지만 교회에 들어서자마자 위치해 있어서
절대로 못본척 지나칠수 없는 유리함도 있다.
본당인 이층엔 벼룩시장,기증품,잡화와 구두,신앙서적부,파크랜드의 스포츠웨어,
마담포라와 포라리의 정장, 새롭게 가발이 등장했고 빵가게도 한켠에 자리잡았다.
나는 각종 젓갈과 더덕,깻잎 장아지를잘게 찢어 준비해온 각색 양념으로 다시 무쳐
넷으로 나눠진 그릇에 색스럽게 맛보기를 담았다.
똑같은 반찬이라도 이렇게 정성을 들여 변신을 꾀한 반찬이 언제나 훨씬 인기가 있어서
귀찮지만 나는 제일먼저 시식용메이크업?에 공을 들인다.
탁자에내 놓자마자 사람들이 다가와서 아직 시작예배도 안드렸는데 물건을 달라고 한다.
간곡히 사양하고 시작예배를 드렸다.
날씨가 좋아 목사님의 안색이 환해 지셨다.
우리교회 창립멤버이신 원로장로님이 기도하시고 찬양하고 테이프를 끊고 바자회가 시작되었다.
예배가 끝나기를 기다렸던 사람들이 우루루 들어서며 우리 가게는 시식하는 사람들도 북적댄다.
중국땅콩과 구별하기위해 두가지 샘플을 놓았고
최고급 자연산 기장 다시마를 위해 튀각도 준비했더니 반응이 좋았다.
나는 판매를 하지 않고 주로 음식설명이나 시식용이 떨어지면 채워 넣는 일을 하며
칼럼친구들이 오기를 기다렸는데, 점심때쯤 제일 먼저 ,
<남자 남자 남자>의 칼럼지기순옥님과
<클릭 말씀속으로>컬럼지기이자 목사사모이신 대학후배 생명수님과 원덕님이 오셨다.
나는 친구들을 다른 사람들이 잘 모르는 101호 뒷방으로 안내하고 호젓한 만남을 즐겼다.
생명수님은 대학원 학생이 되어선지 그동안 더 젊어지고 싱싱해 지셨고
다이어트동지인 순옥님은 더 다이어트 할 필요도 없이 날씬해 지셨고
<울보할머니의 글짓기>라는 엄마를 위한 칼럼을 열고 있는
정말 한번 보고싶었던 원덕님은 키크고 날씬하고 다정한 얼굴의 사랑의 교회교우 이셨다.
흔히 온라인의 만남이 오프라인으로 이어질때 환상이 깨지고
안 만남만 못하는 일들이 생긴다는데 다행히 내가 멍석을 깔아 만들어진 자리에 오셨던분들은
남녀를 불문하고 아직까지 그런 사태는 없는것 같아 고마운 일이다.
다 내가 <젊지 않은 > 별볼일 없는 할머니인 탓이리라.
세사람이 바리바리 물건을 사들고 간뒤에
내 첫독자 부룩쉴즈가 왔는데 약속했던 왕왕언니가 오시지못해 풀이 죽어있다
갓김치 하나만 사들고 슬그머니 가버렸고
그다음엔 <토토의 세계여행 ,그후>라는 여행칼럼을 쓰시는
멋진 헌팅캡을 쓴 여사장님이 오셨는데
무엇보다 감동을 먹은것은
아직 싱글인데 혼자서 파주의 텃밭에서 기른 무공해 무우를
오로지 나를 주려고 한다발이나 차에 싣고 오신것이었다.
아무리 봐도
일년동안 사업을 접고 가이드없이 전세계를 돌아다닌 처녀같지 않다.
늘 집밥이 그립다는데 ,총총히 차를 몰고 떠나는 뒷모습을 보니
언제 한번 꼭 <집밥>을 먹여주고 싶어진다.
그다음에 오신 친구들은 미모의 삼총사,
낭만고양이와 ,스컬뤼,그리고 이름을 잊어먹은
멀리 미국 페블비치에서 오신 까무잡잡한 칼럼지기,
그리고 조금있다가 오신 칼럼 없는 진짜 vip ,
파주에서 일부러 오신 이영자님,김태자님,
그리고 또한분 매송면사무소에 계시는 봉담이님...
이분은 명절때마다 선물을 보내오고 내글을 한번도 빼지 않고 읽어주고
가끔 전화도 하지만
절대로 꼬리글은 달지 않는 초지일관의 다정한 독자이시다.
맨나중에 오신 가이아님은 방금 독일어 시험을 치루고 오시는 길이라 했다.
아직 네시밖에안되었지만 상상외로 많은 인파가 몰리며 파전과 설렁탕을 제외한
모든 음식이 바닥이 나는통에 갖다줄 음식이 없었다.
허긴 나를 찾아온 손님만해도 벌써 몇명이야...
교회 위 아래층을 가득 메운 인파를 보고
벌서 동이난 음식들을 보니
그동안의 기도와 수고의 땀으로 얻어진 바자회 기금은
모든 사람들이 요나처럼 도망치려했던 그곳 캄보디아에 ...
하나님이 관심을 갖는 그 캄보디아에...
꼭 청소년회관을 지을 수있을만큼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게 채워주실것 같은 확신이 들었다.
오 주여 감사합니다.
3편은 내일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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