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여행기[ 3]...타쉬겐트에서 이스탄불까지.
6월22일 인천공항에서 우즈벡항공 HY512편으로 10시 15분에 출발한 우리는
오후 1시반에 이스탄불행 비행기를 바꿔타기 위해 중간 기착지 타쉬겐트 공항에 내렸다.
섭씨 37도라니…. 찐득한 아스팔트에 태양이 작열하여
발이 땅에 닿자마자 더운 기운이 온몸을 덮쳐 싸우나를 방불케한다.
별로 시원하지도 않은 버스 [우리나라 70년대의 시내버스처럼 생긴] 를 타고
공항의 트랜시트 라운지안으로 들어갔다.
논스톱으로 가는 아시아나항공도 있다지만 여행비를 줄이려고
어쩔수 없이 올 때,갈 때 다 타쉬겐트에서 바꿔 타는 우즈벡항공을 탔는데…
그 타쉬겐트 공항 의 트랜짓 라운지가 참 웃기는 곳이었다.
우리가 1920년대 일제시대 영화를 보는 것 같은,장식없이 천정만 높은 건물인데다
그 더위에 벽걸이도 아닌 병원에서 보는 스팀처럼 생긴 판넬형[세워진] 구형 에어컨이
위층에 하나,아래층에 하나 있을 뿐이었다.
타쉬겐트라면 구 소련에서 1991년에 독립한 우즈베키스탄의 수도 아닌가?
그런데도 사람들은 아직 얼굴에 미소가 없었고
우리들이 3시간 30분동안이나 무료하게 기다려야했던 라운지 문밖에는
총을 가진 공안?요원들이 보초를 서고 있었고
낡은 카페트가 깔린 대합실?은,
지리적으로 유럽으로 가는 길목이어선지 세계의 온갖 인종의 집합장소 같았다.
우리처럼 경비를 줄이기 위한 동양사람들과 백인들 틈에터번을 두른 힌두인들,
사리를 두른 인도여자들,검은 바지에 흰셔츠를 입은 중앙아시아의 이름모를 여행객들까지
체면불구하고 아무데나 가방을 베고 바닥에 드러누워있었다.
아래층 한쪽에 면세점이라고 이름 붙이기조차 초라한 상점의 전시물은
액세서리와 쵸콜릿담배가 눈에 띌분 ,이슬람권 답게 술은 보이지 않았다.
[왠 담배들은 그리 피워대는지…목구멍이 아파 혼이 났다.]
참 그 라운지의 두개뿐인 화장실….
한참이나 줄서서 기다리다 들어간 화장실은 우리가 30년전에 쓰던 뻣뻣한 회색재생휴지가 있었고
뒤쪽에 구멍이 뚫린 좌식 변기와 한쪽에 손을 씻으라는? 수도꼭지와빨간 프라스틱 바케츠가 있었다.
터키를 여행하는 동안 곳곳의 화장실이 다 이곳의 화장실과 비슷했고
호텔이나 음식점 말고는 입장료를 받는 박물관까지도 모두 유료여서
멀쩡하게 예쁜 젊은여자들이 테이블을 놓고 돈을 받는 ….
두사람에 1불,혹은 세사람에 1불씩 주고 볼일을 봐야하는 야박한 인심이었다.
어디를 가도 월드컵을 치른 우리나라의 호화판? 화장실
[비데까지 갖춘곳도 있었으니까] 같은곳은 없었다.
지루한 대기시간이 지나고 4시반[현지시간]이 되어
다시 이스탄불행비행기로 갈아타기위해 다시 버스를탔는데
얼마나 더운지 그 몇분동안에 온몸에서 육수?가 줄줄 흐르고 있었다.
점심과 비슷한 한번의 기내식을 더 얻어먹고 이스탄불공항에 도착한 것은
어둠이 깔리기 시작하는7시20분.
그러니까 썸머타임[3월부터 적용된다]으로 한시간 벌은것까지 합하면
무려 12시간을 비행했고 터키는 한국보다 7시간 늦으니 아직도 22일이고
인천에서 출발한지 거의 18시간만에 이스탄불에 도착한셈이다.
가방을 찾고 입국 심사를 거쳐 로비로 나오니
윤여행사 사장님과 가이드를 맡아주시기로 한,
우리교회에서 파송한 조용성목사님부부가 피켓을 들고 계신다.
머나먼 터키땅에서 우리말로 반갑게 우리를 맞아주는 얼굴이 있다는 것이 새삼 우리를 안도케 했다.
공항에서 우리가 묵을 호텔까지,
그리고 이틀동안의 이스탄불관광을 책임질 버스는 40인승의 벤스다
내 생전에 벤츠를 타볼 줄이야…
이스탄불[아시아싸이드]은 도시전체가 유엔이 정하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신축과 개축이 통제되고있어선지낡은 중세의 건물들이 친근한 모습으로 어둠속에 묻히기 시작하고 있었다.
버스는 좁고 꼬불꼬불한 길을 돌아 반쯤 무너져내린 벽이 아직도 버젓이 버티고 서있는
항구 가까운 프린스호텔에 우리를 내려 놓았다.
그리 큰 호텔이 아니어선지, 시간이 늦어서인지 ,
절전하려는건지 어두컴컴한 로비에는 우리들 말고는 아무 도 볼수가 없었다.
저녁을 기내식으로 해결해서 우리는 2층 전체 16개의 방을 배정 받아 각자 흩어졌다.
조목사님은 ,내일아침 모닝콜은 6시 ,7시에 지하1층에서 아침식사하고
8시부터 본격적인 관광이 시작될거라고 알려주신후 자택으로 돌아가셨다.
번갈아 샤워를 한후 물이 먹고 싶었으나
터키의 수돗물은 유럽처럼 석회분이 많아 그냥 먹을 수 없단다
호텔이고 음식점이고 생수는 돈을 주고 따로 사 마셔야한단다.
핑계야 자기들이 제공한 물로 이상이 생기면 책임을 질수가 없으니
무조건 상품화된 생수를 사먹으라 한다지만
아직 한국의 식당에서 물값을 따로 주고 마신다는 소문은 들어본적이 없어선지 야박하게만 여겨진다.
컴컴한 그밤에, 어디가서 물을 사야할지 길도 모르고얼마를 줘야하는지,
말도 안통할터여서 할 수 없이십여년전에 터키에서 산적이 있고,
이번여행을 주선한 공집사님이 총대를 메고밖에나가 생수를 사와 한병씩 배급해 주었다.
나중에 룸에 비치된 냉장고를 열어보니 작은병의 생수가 들어있기는 하였으나
애당초 냉장고 음식을 먹으면 큰일나는것처럼 쫄아있는 쫌보인데다
먹고 싶어도 가난한 나라의 전력사정이 좋지 않아서인지, 물은 미지근했고
[이틀밤을 자고 나중에 갑바도기아에서 돌아와 출국하기전에 마지막밤을 잤는데도
냉동칸에 얼음이 어는 꼴을 보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