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언니의 밥상

나는 바담風해도 너는 바람風해라...[김장 씨리즈 완결편]

왕언니 2005. 11. 29. 00:27

 

    나는 바담風 해도 너는 바람風해라.

 

  무슨 김장의 고수인양 블러그에 김치타령을 올리고 나자  

  열흘동안 조회수가 3070회였고 스크랩해간곳이 37곳이나 되었다.  

  김치를 사먹든 얻어먹든 담가먹든
  이나라에 사는 백성?들이 얼마나 김치에 관심이 많은지
  한눈에 알수있는  좋은 본보기가 된셈이었다.

 

  이렇게 요란을 떤 장본인의 김장은 어떠할가,  글을 읽은 사람들이 당연히 궁금하리라  여겨져 
  왕언니 본인의 김장이야기를 끝으로 김치타령의 완결편을 쓰지않으면 안되겠다는
  역사적사명감?이 들어 미루고 미루다 컴앞에 앉았다.[친절한 금자씨?]

 

  수요일날 둘이서 뽑아온 [밭에서 다듬어온..이란 표현이 정확하다]배추를  

  뒷베란다의  임시숙소?에서 하루밤 묵도록  정열시켜놓고
  목요일 구약통독을 마치고 집에 돌아와 배추를 절였다.

 

 

 

 

  배추를 절이는 시간이  8시간을 넘지 말아야한다고 알고 있고   또 그렇게 블로그에 올려놓았으니
  배추 씻을 시간을 가늠해서 
  저녁 10시쯤  절여야   아침에 씻어 김장하기가 좋았을것을 ... 
  나는 둘이서 김장을 해치울 생각에만 골몰하여
  아무생각없이 집에와서 옷을 벗자마자  

  그러니까 네시반쯤 배추를 절이기 시작했나보다.

 

  結球가 제대로 된것이 많지 않지만   포기수는 70여포기나 되어

 [김장용이 전혀 못되는것들은 이미 다 뜯어 겉절이를 했다] 

  그것들을 절일만한 큰 그릇이 없어 자연 욕조를 이용할수밖에 없지만, 

  동서에게 생일선물로 김치를 담가주려고 마음먹고   교회에서 오는길에 배추를 6포기 더 사왔기에
  그 배추만큼은 구별하여 절이자고 비닐봉투에 절여보았다.

 

  볼품없는 우리배추를 욕조에 절이고 비닐속에 넣은 배추를 양끝을 묶어
  욕조의 배추위에 올려놓고  저녁을 먹은후 뒤집으러 가보니 벌써 반은 절어있다.
  그러니까 교과서대로 하려면 8시간 지난 밤 12시에 배추를 씻어
  적어도 한시간 지난 새벽 한시에 김장을 해야  이론상 맞는다는 얘기다.

 

  그러나   아무리 짠! 하고  우렁각시놀음을 좋아하는 나이지만
  씨를 뿌리면서부터 이번김장에 참여한
  남편의 적극적이고도  자발적후원?을  냉정하게 거절할 형편이 아니고
  뭐 출애급하는 이스라엘민족도  더더욱 아니니  자정에 김장을 해야할 이유가 있나 말이다.

 

  그래도  어쨌거나 배추가 절여질 동안 속준비를 해야겠기에   화요일날 씻어둔 무우를  뒷베란다에서 들여와
  채칼 노이로제[만지면 꼭 다친다.이번에도 검지를 찔렸다]가 있어서
  채칼 쓰기를 포기하고 언제나처럼 손으로 썰기를 시작하였는데
  남편이 언제 그걸  다하느냐고  자기가 하겠단다.

 

  64년동안 한번도 해본일이 없는 채썰기를 자기가 하겠다니 이건 기적중에 기적이다.
  허실삼아 내게는 흉기?처럼 느껴지는 독일제 채칼을 내어주니 이리저리 살펴보고 만져보더니
  역시 기계에 강한?남자라 채칼 임자인 나보다 더 능숙하게,신나하면서
  초대형 무우네개를 순식간에 썰어준다.

 

  갓과 쪽파도 씻어 썰고,생새우와 새우젓을 갈고,양파도 갈아서 따로 두고 
  액젓에 불린 고추가루에 찰밥을 갈아만든 죽을 섞고 마늘과 생강도 넣었으니
  당장에 속을 버무려 두었다가 내일 아침 김장을 시작해도 되겠지만
  그러면 무우에서 물이 너무 나와 맛이 없을것 같아 뒷베란다에 모든 재료를 내어놓았다. 

 

  11시에 가보니 배추는 다 절여져 더이상  살아있기를? 포기하고  축 늘어져있다.
  할수없이 소금물을 빼놓기만 하고 새벽 네시쯤 일어나 씻기로 하였다.
  남편은 엉거주춤 허리를 굽혀 욕조에 배추를 절이는 일이 ,
 

  보기보다는  엄청 힘이들었는지 모처럼 철이든 소리를 한다.
  <하이고 여자들 정말 고생한다.그동안 끽소리 않고 혼자 하기에 쉬운줄 알았는데
   장난이 아니구만, 김치 감사하며 먹어야겠네.>

 

 

 

  어제 배추를 뽑으러 갈때 바깥 날씨를 얕보고 허술하게 입고 간때문인지
  기침도 나오고 머리가 멍멍하고 한기가 드는게 감기가 오려는것같다.
  만사불여튼튼히 하려고 화이투벤 두알을 먹고 내방 침대에 누웠는데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핸드폰 알람이 울기도 전인 네시에 잠이 깨었다.
  

  아아  이 못말리는 무수리의 사명감이여...

 

  안방의 남편이 깰가봐 조심하며 혼자서 욕조의 배추를 씻기시작했다.
  두번 씻어 고갱이를 떼어 먹어보니 고소하고 달콤하다.
  큰소리 친 내 코가 납작해지지 않도록 알맞게 잘 절여져 다행이다.
  배추의 속곳?을 샅샅이 뒤집어 가며 다시한번 샤워로 마무리를 하려는데
  남편이 깨어 참견을 했다.
  <허리 아픈데 나를 깨우지 미련하게 혼자 다 씻고 있어?>

 

  배추는 절반으로 줄어들어 지저분한 배추뿌리쪽만 두드러져 보인다
  교대로 씻은 배추머리를 과도로 다듬으며
  혹시 티가 남아있는지,썩은 부분은 없는지 점검을 시켰다. 

  이런 단순작업엔 남자들이 제격이다.
  결국 새벽기도 갈 시간이훨씬 넘어서야 씻기가 끝이났고
 

  목욕탕 뒷청소까지 끝나고  6시가 넘자 우리부부는 파김치가 되어버렸다.

 

  매일 아침 7시가 되면 큐티를 끝내고 배트민턴을하러 가곤 했는데
  네시부터 진을 빼니 졸립고 노곤하여 아무것도 하기가 싫었다.
  결국 뉴스를 틀어놓고 소파에 널부러져 8시까지 새벽잠을 자고 말았다.

 

 

 

  힘들어도 둘이서 하고 말걸 괜히 나발을 불어 ...
  모처럼 동서도 온다고 하고, 와 봐야 걸리적거릴게 뻔한 유찬이네 세식구도
  하루 휴가까지얻어 온다고 했으니 마냥 늘어져 있을수도 없다.

 

  대충 아침을 떼우고 청소를 한후 김장버무릴 준비를 해야했다. 

  하나뿐인 열일곱살 아래 동서는 요즘 상가전체가 리모델링중이라 석달째 약국을 쉬고 있어서
  모처럼의 휴가를 교회봉사와 집안일이며 애들 챙기기로 쓰고 있는듯하다.

 

  덕분에 내가 김장을 한다니 <그럼 제가 가서 도울가요?>했고
  나는 무공해배추로 담근 김치를 나눠주고 싶어
  <그럼 다 출근 시키고 김치통 들고와>했더니 10시가 되기전에 도착을 했다.

 

  나는 맨손으로 음식을 해야 속이 시원하여 [바이오리듬이 나와 더 맛있다고 굳게 믿고 있다]
  언제나처럼 맨손으로 속을 버무리려는데 어젯밤 채칼에 찔린상처가 너무 욱신거리고 아파
  고무장갑을 찾으니 얇은 라텍스로 된 짧은것 밖에 없다.
  남편에게 고무장갑과 보쌈 해먹을 돼지목살을 부탁하고 짧은 장갑으로 속을 버무렸다.

 

  옛날로 치면 딸만큼 한참 어린 동서지만 ,속이 깊고 믿음도 좋고 명랑하고
  머리좋은 여자답게  일도 체계있게 깔끔하게 잘하고.[김씨들이 마누라복은 있다ㅋㅋ]
  약사라는 전문직을 가졌기에 맏동서인 나에게 늘 미안해 하며
  추도식이나 명절때 오면 금일봉과 함께 설거지만큼은 완벽하게 해주고 간다.

 

  젊었을때[그래봤자 4~50대때]는  혼자서 감당해야하는 집안일들에 

  나만 며느리냐?하는 억울한 피해의식같은것도 있었지만
  나이 먹을만큼 먹은 이젠 나도 너그러워져서 전혀 서운하지가 않다.

 

 

 

  나는 큼직하게 쪼갠 무우를   고추가루와 소금에 버무려    그릇밑에 깔고
  동서가 버무린 김치를 얹으면
  웃소금을 치며 해나가는데도
  못난이 배추가 숫자만 많아 잘 줄어들지를 않는다.

 

  포기가 작아 고추물만 바르는식으로 하는데도   아무래도 무채가 부족할듯 싶다.
  마침 우리 문앞에서 알뜰장이 열리고 있어서
  만만한 남편에게 다발무한단과 갓을 사오라고..
  또 심부름을 시켰다.


 

  개과천선?한 남편은 이번에도 군말없이   또 심부름을 해준다.
  [늙고 보잘것 없지만 감중에 최고는 역시 영감.ㅋㅋ]

 

 

 

  급하게 사온 무를 씻어 ,  12시가 다되어서 도착한 며느리에게 채썰기를 부탁하고
  혹시나하고 남겨둔 찹쌀밥을 갈고 고추죽을 더 만들어
  [이럴때를 대비하여 항상 새우와 새우젓간것,마늘 생강 간것,풀등을 남겨둔다]
  무채를 더 버무렸는데 수북히 남아있는 배추를 들어내고 보니 채반이 밑에 깔려
  이번에는 김치속이 배추 두어통 버무릴만큼 남았다.

 

  이래서 중 제머리 못깎는다고 하나?[요즘엔 혼자 머리깎는 사람도 많던데...] 

  교회에서 규격화된  절임배추를 200kg이나 사서 
  남지도 모자라지도 않게 김치속을 준비하여 완벽하게 김장을 했던 나인데
  밭에서 뽑은 그놈의 무공해 배추앞에 여지없이 스타일을 구기고 산통이 깨지고 있었다.

 

  그 옛날 초짜주부시절,속 모자라면 배추 사고, 배추 남으면 항아리 사듯이... 

  이리하여 배추가 일찍 절여져 점심전에 끝날줄 알았던 김장이 자꾸 늦어져
  사이사이에 삶아둔 돼지목살은 물이 너무빠져 퍽퍽해지고
  남편이 유찬이를 위해 알뜰장에서 사온 살아있는 킹크랩두마리를 쪄서
  유찬이 까지 여섯사람이 호사?스런점심을 먹은 것은 두시가 넘어서였다.

 

           

 

 

 

  이번 김장은 여러모로 기록이 풍성하다.
  결혼한지 34년만에 내손으로 뿌린 배추씨앗이 자라서 김장배추가 되었고
  나몰라라 김치만 먹어대던 남편이 시종일관 도우미를 한것,
  동서가 와서 김장을 도운것,
  주환이네 세식구[배속에 들은놈?까지 하면 네식구]가 늦게나마 동참을 하였고
  무엇보다 교회김치를 미리 담는 바람에 비교적 정확한 데이타가 만들어져
  블로그에 잘난척을 하는 바람에 김치의 高手대접을 받게 된것이다.

 

 

 

  허나 미리 잘난척을 한것과는 대조적으로 허둥지둥 갈팡질팡 우왕좌왕 했으니
  이거야말로
  <나는 바담風해도 너는 바람風해라>는 서당 훈장님격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