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쁜 4월
4월16일 토요일 맑음. 대게파티.
주말에는 같이 밥한끼 못먹는 요상한 3代지만
이젠 비척거리면서도 곧잘걷는 유찬이가 보고싶어 집에 와서 자고가라고 말은 했지마는...
요즘 우리 구역은 토요일 저녁마다 구역예배를 드리는 중이라 ,
우리는 유권사네집에 가서 예배드리고 밥먹고 아들네는 또 저들끼리 밥먹게 생겼다.
우리 며느리 ,허구헌날 저희집에서도 밥끓이기 귀찮을텐데 주말에 두시간 가까이 차타고 와서
또 밥챙겨먹기 싫을것은 자명하다....꽃다운 새댁시절을 나도 겪었으니...
대충 밥안하고 먹을것을 마련해줘야 한다.
마침 구역식구 네집 모두의 기념일이 4월에 몰렸다.
우리집과 또 두집의 결혼기념일이 일주일 사이로 끼었고 남은 한집은 생일이란다.
내가 신문에 난 대게이야기를 하자 ,그럼 다 같이 대게파티를 한번 해보자..하게 되었고
스크랩을 한 신문쪼가리를 이번 차례인 유권사에게 주었는데
영덕에 전화를 해봤는데 생각보다 비싸고 날걸로 오면 찔그릇이 마땅찮고
쪄서 보내주기도 한다는데,이건 또 찐후에 급냉을 해서 택배로 부치는것이라
맛도 바로 쪄먹는것과는 차이가 있을터인데 택배비마져 물으란다고 심란해한다.
이럴때 나는 꼭 필요없는 오지랖이 넓어져서 탈이다.
대게 이야기를 먼저 꺼낸 죄도 있고,스크랩을 넘겨준 죄까지 얹혀져
그만 <애엄마 올때까지 애보기>를 자청해버렸다.
<그럼 하나로에서 사다 먹읍시다. 30분만 기다리면 살아있는것 그자리에서 쪄주니까...>
<그럼 내 대신 좀 사다 주실래요? 밥하고 국은 준비해놓을께...>
사실 오리역 하나로마트까지 가는길은 내가 제일 멀다.
구역예배를 드릴장소인 유권사네 집은 구성 경찰병원옆 동일 하이빌이고
다른 두집은 미금역과 죽전이다.
거리로 보아선 미금역이나 죽전에서 오는 사람들이 그 일을 맡아주는것이
경제원칙으로 따져 합리적인데...
하나로에서 살아있는 대게를 쪄준다는 사실도 금시초문인 그사람들에게
그일을 시킬수는 없지 않은가.
도둑질도 본 놈이 잘하는거니까...
먹을만한건 1kg정도 되어야하고 ,지난번에 사먹을때 보니 킬로그램당 25000원정도 하고
한마리 가지면 두사람이 싫컷 먹을만했다.그것만 먹는게 아니므로...
<그럼 한집에 한마리씩 사 갈께요, 내가 사가야 돈받기도 편하겠네...^^>
구역식구 모두 바쁜 사람들이라 밥차려먹고 하는 구역예배가 부담스러워져서 지난달부터는
다과만 하기로 정했는데
이번달에 기념일이 몰린걸 알고 합동파티를 하자하여
우리가 작년 결혼기념일에 대게 주문해 먹은 얘기를 꺼내어 그렇게 된것이었다.
떡본김에 제사 지낸다고...유권사도 아들며느리 몫까지 한마리를 더 주문하고
그 소리를 들은 나도 우리 애들이 온다니 덩달아 먹이고 싶어져
도합 여섯마리를 사기로 했다.
우리는 게를 찌자마자 구성 유권사네집으로 가야하니
아들며느리에게 따뜻한 게를 건네주기 위해서는 하나로로 오라 할밖에...
아침에 아들과,남편에게 각각 5시까지 하나로 마트 생선부로 집합하라고 소집령을 내렸다.
그리고는 아침부터 우리가 없는 시간에 도착하여 내일 아침까지 머물
아들 며느리가 무서워? 대청소를 시작했다.
같이 살지 않는 아들 며느리는 아무래도 손님 같고.
게다가 발발 기고,걷고 온 집안을 구석구석 헤집는 유찬이는 청소점검반장 이상이다.
솔직히 이 닭띠 시엄니는 늘어놓고 헤집는 선수라서 메누리보다 정리정돈을 못한다.
일주일 내내 늘어놓고 살던 집을 ,순전히 메누리에게 흉잡히기 싫어
청소기를 돌리며 남은 빨래가 없게 검은 빨래 흰빨래 나눠 세탁기도 돌리고
냉장고를 뒤집었다.
두사람 살림에 웬 반찬 그릇이 그리 많은지...
대충 먹고 살던 우리 시어머니가 보시면 기함을 할 반찬 그릇들이 켜켜로 쌓여있다.
요즘엔 락앤락에 지퍼락에...냉장고용 찬기들이 흔하고 널려서
아들며느리나 딸사위가 함께 하는 식탁이 아니면
반찬 옮기기도 귀찮아 그런 그릇들이 뚜껑만 열린채 뻔뻔하게 식탁에 오른다.
어쩌다 들은 풍월인데,하루에 30가지 재료의 음식을 먹으면 몸에 좋대..해감시롱
가난한 어머니가 가난하게 차려주던 밥상에 30년 내내 곯은 남편이 안쓰러워
있는솜씨 없는 솜씨 다 내어 반찬을 만들어주다보니
맛있다 맛있네 난쟁이 골마리 추듯 치켜주는 맛에 취해 하늘높은줄 모르고 우쭐했다.
반쯤 혹은 두어숟갈 남은것까지 버리기 아까워 쟁여두다보니 맨 버릴것 천지다.
우리 딸은 반찬도 많이 하지도 않지만 남은 반찬 제때 제때 버려 냉장고가 깨끗한데
나는 언젠가 먹지...하며 넣고,아까워 못버려 넣고,
나혼자 먹는 어설픈 끼니에 뎁혀먹지하며 넣어둔것이 수월찮다.
더러는 곰팡이도 피고,바닥에 말라붙기도 했다.
무말랭이 무침에 꽈리고추볶음,취나물에 김무침까지
만든 그당시에는 얼마나 윤기가 자르르 칭찬받던 것들이었나...
시간이 가고 VIP에서 Main으로, 다시 옵서버로 강등된 것들이 이제는 쓰레기통 신세다.
아아 나도 한때는 빛나는 청춘이던 시절이 있었거니....
덕분에 냉장고청소를 깔끔하게 하고 빈 통들을 락스에 담가 냄새를 빼고
김치냉장고속 군내나는 묵은 반찬들까지 대량학살을 하고
가득찬 음식쓰레기통을 비우고 들어오니 빨래도 끝나있다.
좀 일찍 집을 나서서
여늬 토요일처럼 ,빵집에 들려 내일 아침 우리 찬양대가 먹을 빵을 사서 뒷자리에 놓고,
김밥집에 들려 역시 내일 아침 6시까지 40개 를 주문하고 오리역으로 가는데...
화창한 주말답게 민속촌 사거리는 행락차로 가득하다.
그래도 해가 길어진 탓인지 서울로 향하는 차도는 도심을 빠져나가는 길보다는 훨씬 수월하여
네시반에 하나로에 도착했다.
오늘은 두리번거리지 않고 생선부로 직행한다.
대게는 [러시아산] 1킬로에 23800원,킹크랩은 35000이란다.
어휴...난 언제나 저 럭셔리한 킹크랩이란 놈을 한번 먹어보나...
어떤 부부가 킹크랩 한마리를 저울에 달아보게 하는데 ...옴마나 70000원이란다.
살아있는 몸속에 납덩이가 들은것도 아닐텐데 껍질도 울퉁불퉁 두꺼워 보이지만
살도 엄청 꽉찬 모양이다.
허기사 꽃게니,대게니,킹크랩이니 하다못헤 농발게까지 다 지금이 제철이다.
4월부터 5월까지 꽃게는 알도 차고 단맛이 극치일 때 아닌가....
영덕으로 강구로 ...
영동고속도로에는 복사꽃보며 해안도로 달려 게 먹으러 가는 차들로 난리라는데...
<많이 살테니 좀 깎아줘요> 이것도 나처럼 그동안 닦은 내공이 없이는
가격표대로 한푼 에누리 없이 사야하는줄 아는 대형마트에서
아무나 할수 있는 소리는 아니다.
<알았어요,좀 깎아드릴게요>
저울에 스치로폼 상자를 올려놓고 큰놈으로만 골라서 여섯마리를 담으니 179000원.
<어머 너무 비싼데 ...작은 것은 다리에 살이 없을거고 ...어쩌지요?
난 한마리에 23000원정도라고 말해버렸는데...>
< 그냥 16만원 주세요. >
그리하야 나는 무려 19000원을 깎아 게를 사고 쪄서 ,다섯마리는 한통에 ,
한마리 는 따로 포장해줄것을 주문하고 30분후에 찾기로 하니
그제서야 아들이 왔고,남편은 아직 지하철 안에 있다고 한다.
유찬이를 카트에 태우고 온갖신기한[유찬이 눈에는]먹거리들 구경을 나섰다.
돌지나고 꼭 한달이 된 유찬이는,젖도 순조롭게 떼고, 날마다 이뻐지고 있다.
그동안 참았던 어른용 먹거리에 조금씩 도전을 해보고 있는중이다.
구운김이며,고기넣은 미역국을 좋아하고
어금니까지 열개나 난 이빨로 온갖것들을 질겅질겅 씹는다.
즉석 벙튀기코너에서 현미뻥튀기를 사고,시식코너에서는 버섯전까지 먹었다.
30분이 지나고 남편도 도착하여 다같이 대게를 찾으러 갔다.
커다란 스치로폼 상자는 우리가 들고 ,유찬이네식구는 쌀과 자잘한 부식들을 샀다.
10만원이 넘는 사람들에게 주는 햇양파도 얻고...
아들은 게 얻어먹는게미안한지 대게만 빼고 제 카드로 계산을 했다.
결혼하더니 정말 점점 더 찐한 효자가 되어간다.
아들은 집으로 가고 우리는 유권사네 집으로 가서 대게파티를 했다.
다들 그동안 손이 떨려? 자기손으로 대게를 사서 먹어본 일이 없었는데.
이 유찬이 할머니덕에 편히 앉아 대게 먹는다고 야단이다.
한마리에 27000원꼴 이어선지 생각보다 다리에 살이 꽉꽉 찼다.
게딱지에 밥까지 알뜰하게 비벼먹으니 다른 반찬이 무용지물이었다.
[우리 애들도 덕분에 아주 맛있게 잘 먹었단다.]
<자 얼른 게값부터 내시지요.>
집주인 유권사가 미안해 할까봐 내가 너스레를 떨며 게값을 거두었다.
구역예배 밥값으로 혼자서 십삼만 오천원을 낼수는 없는거니까...
밥부터먹고 구역예배를 드렸지만
작년 결혼기념일에 이어
난데없는 대게파티로 ...암튼 즐거운 주말이었다.
4월15일 금요일.
산에 갔다와서 샤워를 하면서 보니 흰머리가 또 일센티나 길어났다.
검은 머리는 자꾸 빠지고 흰머리는 억세게도 빨리 돋는다.
뒷머리는 더 하얗다. 할수없이 미장원에 가서 염색을 하고 집에 돌아와
책상앞에 앉으니 남편에게서 전화가 왔다.
가게가 팔릴것 같단다.
목동에서 왔다는 젊은이가 자꾸 찾아와 사정을 하는데...
우리가 목표로 한 금액에서 5백만원이 모자라는 금액이다.
그동안 우리 가게에 들어간 돈이 권리금 포함하여 8천만원쯤 되는데
10년을 거기서 버틴 상금으로 2천만원쯤 얹어 1억을 받을수있다고 주변에서 귀뜸하기에
시도때도없이 오피스텔 얘기만 나오면 나를 볶아먹는 남편 입을 막기도 할겸
1억 받아 오피스텔을 사면서 은행에서 받은 대출을 좀 줄여볼까 작정한거였는데....
나는 1억을 채울때까지 좀 버텨보라했건만 남편은 이미 마음이 변해 있었다.
부동산이나 처녀 바람나는거나 매 일반인지
한번 팔겠다 작정하니 좀처럼 진정이 되지않고
누가 찝적거리기만 해도 마음이 뒤숭숭하여 일이 손에 안잡히는모양이었다.
허긴 결혼하여 지금까지 네번 집을 사고 팔았는데
부동산에 집을 내놓고 나면 언제 들이 닥칠지모르는 원매자를 위해?
청소도 깨끗이 해야하고 집도 맘대로 비울수가 없으니
시간이 길어지면서, 에고 아무놈이나 붙기만 하면 밑져도 팔으리..가 되지 않던가?.
언질을 비친지 한시간쯤 후에 계약을 했다고 전화가 왔다.
<아니 내일 쯤 나 있을때 같이 하지 혼자 했어요?>
<그까짓것 혼자하지 뭐...그리고 그사람 맘변하기전에 해야지 돌아서면 어떡해...>
남자라서 그런가? 대범한척 큰소리를 치는데 정말 그런지 알 수없다.
집을 살때는 남편과 같이 샀지만
팔때는 이상하게 매번 나혼자 도장을 찍게 되었었다.
남편이 직장에 매여있고 집을 살 사람들은 평일 낮에 와서 계약을 하자니 그렇게 된일이지만
남편의 허락을 받고 찍는 도장이었지만 그때마다 얼마나 벌벌 떨었는데...
지금 우리 가게뒤로 영동 아파트가 재건축 중이다.
다 들어서면 2000세대가 넘는데 2단지에는 상가가없다.
따라서 1,2단지의 입구로 가는 길목에 있는 우리 가게빌딩이
아파트 입주와 함께 우후죽순 늘어나는 부동산가게의 타겟이 될게 뻔한데...
그래서 넉넉잡고 5개월만 기다리면 뱃장을 튕겨가며 팔수있을것 같은데 ,
디카와 그놈의 웬수같은 ? 폰카메라 때문에 도대체 사진을 뽑는사람들이 점점 줄어들어
1월에 월세까지 대폭 올라 매달 적자가 백만원이상 나기때문에
남편은, 지금 500 덜 받고 팔으나,5개월뒤에 500을 더받으나 마찬가지란다.
사실은 남편에겐 부동산중개사 자격증이 있다.
그옛날 처음 중개사시험이 생겼을때 심심파적으로 따놓은 것이니
이참에 아예 가게를 업종을 바꿔 부동산을 개업해도 된다고 주변사람들이 부추기는데도...
남편은 자신이 없나보다.
아니 이젠 좀 쉬고 싶은 눈치이다.
허긴 대학 졸업하면서 시작한 실질적인 가장노릇이
올해들어 37년째이니 왜 아니 쉬고 싶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