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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화 먼저 겪은 일본..병상은 줄고, 편의점, 약국은 늘었다
왕언니
2024. 5. 9. 22:31
일본의 재활 병원은 식사를 환자들이 누워 있는 병상으로 가져다주지 않는다.
환자들이 밥을 먹으려면, 병동마다 둔 식당으로 나와야 한다.
혼자 먹고 싶다면, 1인용 테이블에 앉아서 먹으면 된다.
거동이 불편한 환자들은 휠체어를 타든, 간병인의 부축을 받든,
식당으로 나와야 끼니를 때울 수 있다.
먹고살려고 병실 밖으로 나오는 셈이다.
재활 병원은 뇌졸중이나 낙상 골절 환자들이 종합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후유증과 장애를 줄이려고 찾는 곳이다.
그래서 회복기 재활 병원이라고 부른다.
환자들은 대개 3~6개월 머문다.
그 기간이 질병으로 발생한 장애를 회복하는 데 결정적인 시기이기 때문이다.
그 이후엔 장애가 만성화된다. 일본 전역에 약 9만4000개의 회복기 재활 병상이 있다.
우리나라보다 10배 정도 많다.
그만큼 질병 장애를 앓는 고령자가 많기도 하고,
중차대한 시기에 장애를 최소화하여 간병 부담을 줄이고자 한
일본 정부의 현명한 전략이기도 하다.
회복기 재활 병원의 목표는 질병 완치가 아니다.
장애가 남아 있든 없든, 환자가 돌봄 없이
일상생활을 할 수 있게 하는 게 목표다.
밥을 병상으로 가져다주지 않는 것도 이런 이유다.
병원 안에 사는 집이나 동네와 유사한 환경을 만들어 놓고,
환자들에게 살아가는 훈련을 시킨다.
마치 군인이 적과 교전하는 가상 환경을 만들어 놓고 훈련하는 것과 같다.
환자들이 4차선 도로의 횡단보도를 파란 신호등 20~25초에 건너가는지를 보고,
탕 목욕을 안 하면 큰일 나는 줄 아는 일본인이기에
욕탕 계단을 넘어갈 수 있는지도 본다.
냉장고에서 음식을 꺼내서 조리할 수 있는지를 살피고,
부족한 동작이 보이면, 이를 집중적으로 개선시킨다.
환자가 이런 과정을 거치고, 어떻게든 100~200m 걸어갈 수 있으면,
의료진은 환자를 퇴원시킨다.
이는 의학적 기준이 아니라, 그 정도 걸으면 편의점이 있기 때문이다.
편의점을 혼자서 갈 수 있으면, 사는 데 아무런 지장이 없다.
편의점서 장도 보고, 은행 업무도 하고,
책과 꽃도 사고, 우편을 부치고 받는다.
그러니 고령자들이 편의점 인프라가 없는 시골을 떠나 도시로 올 수밖에 없다.
일본 전역에는 편의점이 5만6700여 개가 있다(2023년 기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