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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 아버지..... 최영미의 어떤詩

왕언니 2022. 3. 7. 21:34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

거기 그냥 계시옵소서

그러면 우리도 땅 위에 남아 있으리다

 

땅은 때때로 이토록 아름다우니

뉴욕의 신비도 있고

파리의 신비도 있어

삼위일체의 신비에 못지아니하니(…)

 

이 세상에 흔한 끔찍한 불행은

그의 용병들과 그의 고문자들과

이 세상 나으리들로 그득하고(…)

사철도 있고 해도 있고

어여쁜 처녀들도 늙은 병신들도 있고

대포의 무쇠 강철 속에서 썩어가는

가난의 지푸라기도 있습니다

-자크 프레베르(Jacques Prévert·1900~1977)

(김화영 옮김)

 

마지막 두 행에 시의 주제가 떠오른다.

대포-무쇠-강철이 상기시키는 인공적이고 차가운 이미지와

부서지기 쉽고 가난한 생명의 지푸라기를 대비해

전쟁에 반대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프랑스 시인이며 시나리오 작가였던 프레베르는 열렬한 반전주의자였다.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로 시작해 종교시인 줄 알았는데,

다음 행 “거기 그냥 계시옵소서”에서 뒤통수를 맞는 느낌.

이 시는 기독교에 반대한다기보다 전쟁에 반대하는 풍자시로 읽어야 할 것이다.

 

이 전쟁이 어서 끝나 파리의 신비와 키이우(키예프)의 신비를 느끼고 싶다.

아침저녁 마음 졸이며 우크라이나를 위해 기도한다.

제발 그를 살려주시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