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나루 건너 구름에 달 가듯이

장가계여행기 [5]....뛰는놈 위에 나는 놈

왕언니 2008. 6. 11. 06:20

               

 

 

여행기도  감흥이 식기전에 바로 이어서 내리 써야 하는데

워낙 거절을 못하는 오지랖 넓은 교회 주방장이다보니

또 2주일이 후딱 지나 버렸습니다.

 

그 열흘새 네차례의 밥순이를 하였는데 색갈로 나눠보니 총천연색입니다.

먹는입은 다같은것 같지만  먹는 사람에 따라 메뉴도 다르고 비용도  다르지요.

숫자가 많다고 많이 쓰는건 아니고 ....

 5/27은 행복한 모임 생일잔치.[100명]..회색빛 나이.

5/29은 우리교회가 선정한 언북중학교 장학생과 부모,교사  초청만찬[50명]....초록빛?

6/4은 여전도회 월례회[120명].......알록달록,그러나 단풍이 들어가는 여자들[4~5~6~70][

6/5은 아기학교 1학기 종업식[50명]...우리 유진이를 포함한 아기들20명과

                                                   엄마,할머니,교사등  

 

6/23~26까지는 노회 산하 여름성경학교 교사강습회 저녁식사를 준비해줘야 하니 사설?은 이번회로 끝내고 [어차피 사흘째부터는 현준엄마의 부음을 들은 후라 여행감흥도 시들하고 날씨도 별로여서 사진도 신통치 않았으니 ]다음엔 남은 사진들만 올리는걸로 지루한 여행기를 마쳐야할것 같습니다.

 

 

                

 

 

                            

 

 

 

 4월8일 오후.

 

겨우 여행 이틀째날인데  가이드가 날씨를 핑계 삼아  삼일째 코스인 보봉호를 끼워 넣어  강행군을 하다보니  다들 녹초가 되었습니다.가이드가 호텔로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저녁에 발마사지를 한다고  하길래 몇년전 상해,항주,소주 갔을때처럼 마사지샵에 들러서 단체로 받는건줄 알았더니 샤워 하고 기다리고 있으면 호텔방으로 마사지사들이 출장?을 온다는거였습니다.

 

워낙 스킨쉽?^^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라 공중 목욕탕에서 때밀이에게 때를 미는것조차 해본적이없으니 평생에 남에게 내 살을 맡겨본  일이 다섯 손가락 안에 들 정도입니다만.[어렸을적과 공인허가 내준  온달말고는^^]

그러나 여행비용 자체가 발마사지가 포함된거니 일부러 피할 필요까지는 없었지만...마사지를 받는다면 침대도 그렇고 ,품질도 전문 업소에 가서 공개적인 자리에 누워 받는게 더 낫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장가계여행은 또 이렇게 다들 호텔에서 받는다니 그런가부다 하였는데 ....

 

가이드는 선심을 쓰는듯 ,마사지사가 아무리 잘해줘도  더주지도 덜주지도 말고 팁은  3천원씩만  주라 합니다. 각방을 여럿이 다니다 보면 누구는 얼마 받았는데 누구는 얼마 받았다하고 싸우는 일이 있기때문이랍니다. 그리고는  별도로 만원만 더내면 전신마사지를 하게 해줄테니 신청하라는거였습니다.

 

                    

 

 

고기도 먹어본 놈이 맛을 안다고, 중국과 동남아 여행을 몇번 다녀 ,싼  마사지맛을 본 사람들은 만원 더 내고 전신마사지 받는게 싸다고 수근거리며 몇사람 손을 들고 신청하는것 같기도 하였는데 ...나도 속으로는 별로였지만, 안될줄 뻔히 알면서도 혹시 온달이 피곤하다면 미친척 선심을 써볼가 하고 넌지시 <우리도 이참에 결혼 37주년 기념으로 전신 마사지 호강을 좀 해보까? >[숙련된 마사지사로부터 전신 마사지를 받으면 혹시라도 노후된? 기관에 피가 돌고 방전된 배터리가 충전이 되어 고목나무에 꽃이 필지 누가 아누? ^^] 하였더니 ......

짐작키는 하였지만, 뻣뻣하기가 된풀먹인 삼베같은 우리 낭군 아니랄가봐 ...당연히 단칼에 노우! 합니다.

 

 

           

 

호텔로 돌아와 샤워를 한후 마사지사가 오기를 기다리는데 좀처럼 오지를 않습니다.

각자의 침대에 누워 TV를 틀어 놓고 �라거리는 중국드라마를 눈치로 때려잡고 있으려니 슬슬 졸음이 밀려오려는데...전화가 울리고 가이드가,< 아직도 오지 않았느냐 ,죄송하다 ,곧 갈거니 조금만 더 기다려라, 혹시 전신마사지로 추가하지 않았느냐 >다시 확인합니다.

그때까지만해도  우리는 가이드가 친절한 금자씨?인줄만 알았는데....알고보니 ...

 

9시가 다되어서야 두사람의 촌스런 마사지걸? 둘이 들어왔습니다. 상해의 마사지사들은 대부분 젊은 학생들이었는데 이곳은 시골이어선지 30대쯤으로 보이는  현지 토가족여인들이었습니다.

온달이나 나나 부적절한 관계도 아닌데 잠옷 비슷한것을 입고 침대에 누워 그녀들에게 발을 맡기는게 어찌 그리 쑥스러운지.... 눈을 어디에 두어야 할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정말 난감하였습니다.

 

그런데 먼저 발을 불리고  크림을 바르고 마사지를 시작한 나를 맡은 여자가 서투른 한국말로 말을 걸어 옵니다.

<아줌마 몇살?>

<육십삼세>

그러자 그녀는 고개를 갸우뚱하며 같이 온 여자를 흘깃 보더니

<아니다 ,젊다 ,살 참 곱다.> 

그러니까 젊어뵌다 ,그나이가 안되어 보인다  뭐 그런 칭찬인가봅니다.

 

한국에서도 그정도 인사치레 칭찬?은 많이 들어본지라 새삼스러울것도 없지만 ^^ 그래도 기분은 썩 나쁘지 않았는데 ..방에서 받는 써비스치고는  꽤 성의를 다해서 주무르고 비틀고 제법 강도있게 [상해보다 훨씬 더 아프게 ] 마사지를 해주어서  속으로 팁을 좀 더 주어야 하지 않을까? 갈등하였는데...

그녀들은 내가 계속해서 대화를 이어주고 나아가  전신 마사지를 해달라기를  원했었나 봅니다.

그러나 온달도 입을 다물고 있는지라  아무 말도 못하고 있는데  자기들끼리 뭐라 주고 받다가 우리가 더 이상 요구가 없자  마사지를 끝냈습니다.나는 처음에 한방에 3천원씩 팁을 주라 한줄로  알아듣고 선심을 써서 5천원을 주자  이상한 얼굴을 하더니 우물 쭈물 방을 나갔습니다.

 

그러더니 채 1분이 안되어 가이드가 방문을 두드리고 들어 왔습니다.

팁이 모자란다는거지요. 나는 1인당이 아니고 1룸당인줄 알았다고 사과하고 천원을 더주었습니다.

 

마사지가 끝나고 같이 온 진영이네 방으로 놀러오라기에 그쪽 방으로 갔더니 희한한 이야기들이 쏟아졌습니다. 그방엔 남녀 둘이 들어 왔는데  제법  유창한 한국말로 진영엄마에게도 살결이 곱다 젊어보인다 칭찬을 하더랍니다.[솔직히 말하지만 진영엄마는 뼈가 굵고 피부가 검어 살결이 곱다는 이야기는 좀~이거든요.]그리고는  슬렁슬렁 하는것 같길래 잘 좀 해주라 하였더니 가이드에게는 말하지말고 자기들에게 직접 5천원만 더 내면 전신마사지를 해주겠다 하더랍니다. 그래서 진영이네 부부는 5천원씩을 더 내고 전신을 받았는데  마사지를 하는 도중 자꾸 전화 벨이 울려 받으려고 하니 가이드일테니 받지 말라 하였답니다. 

 

                         

 

 

알고보니 여행비에 포함된 2만원의 마사지비용은 마사지샵 주인과 가이드가 반반씩 나눠 갖고 자기들의 수입은  오로지 손님이 주는 팁 3천원뿐이기에 [추가로 전신마사지를 신청한 금액 만원은 모두 가이드가 갖는답니다] 어 떻게든 가이드 몰래 손님들에게 아부성 과잉친절멘트 를 날려 전신 마사지를 받게 하고  만원의 절반인 5천원이라도 챙기는게 상책이라는거지요.

 

장가계여행이 처음 시작될때는 그렇지 않았겠지요. 그러나 몇년사이에 우리나라 1960년대 형편이던 장가계촌동네는   물밀듯 밀려 오는 한국 관광객들이 마구 뿌리고 간 천원짜리로 ,순진했던 토가족들은 우리 저속한 표현을 빌자면 <돌아까져 >버린겁니다. 이튿날 들어보니  다른 방에서도  마사지사들은

어떻게 하면  가이드 몰래 ,손님 비위를 맞춰 5천원을 더 받아낼까 ...자기들 영업에 필요한 단어들을 외워

<아줌마 아저씨 멋있다, 젊다, 살결 이뿌다>를  상대를 불문하고 남발하고....

 

가이드는 가이드 대로 문 밖에 지켜서서 발마사지만 받는 손님방에 오래 머물면 문을 두드리고 전화를 해서 빨리 내려 오라하고.......참 씁쓸하였습니다.

 

중국에서는 산아제한이 엄격하여 모든 부족들에게 한자녀 이상은 호적에도 못 올리지만 조선족 만큼은 한국관광객이 몰려 오는한 유용한 돈벌이 수단이 되기에 산아제한을 안한답니다. 중국에서는 가이드 되기도 어렵지만 살아 남기위해,할 수 있을때 돈을 벌기 위해  자기들대로 부단한  노력?을 하는것 같았습니다. 우리의 가이드는 특히 더...

 

       

 

 

이틀동안 스케쥴을 빵방하게 돌리더니 3일째는 황룡동굴을 관람한 후 시간이 많이 남으니 옵션관광을 하나 더 하든지 호텔에서 쉬든지 하랍니다. 그래서 다들 힘들게 왔는데 호텔에서 쉬라는게 말이 되냐, 얼마에 무엇을 볼 수있냐 물었더니, 우리돈 3만원 씩을 더 내고 황석채나 야인곡 , 둘 중 하나를  보라는 것이었습니다.

일행중에 한번 야인곡에 간적이 있는 사람이 징그럽다고 차라리 황석채를 보자고 하여 황석채로 결정 되었지만 ,나는 속으로 황석채는 장가계,원가계의 풍경과 비슷하다니 차라리 생전에 다시는 볼 일이 없을 야인곡을 보는게 색다른 경험도 되고 사진도 볼거리가 많을것 같았지만 여럿이 오는 여행이라 대중의 의견을 따르기로 하였습니다.

 

 

황석채는 알고보니 우리가 오늘  산  지문인식카드로 들어 갈 수있는 곳이라  가이드가 몇시간 수고 하기만 하면 되는...사실은 별도의 비용도 필요한것이 아니었는데....나중에 생각해보니 우리 일행 22명이 합법적으로? 3만원씩을 더 걷어 가이드의 주머니를 채워준 셈이었습니다.

 

                                           

  

 

이밖에도 가이드는 공식적으로 들어가야하는 쇼핑센터,[진주,茶博士,실크,한약방,라텍스]에서 시간을 길게 잡아 어떻게든 많은 쇼핑을 유도하여 리베이트를 챙기는가 하면 일행중 물렁한 사람들을 공략하여 밤중에 별도로 짝퉁가게로 데리고 가는가 하면 ,마지막날에는 공항의 면세점에서 살 수도 있는 참깨,잣,술,같은것을 공항보다 믿을 수 있고 ,자기가 반품을 보장한다고  강조하며 [아무도 그럴 사람 없는줄 뻔히 알면서]비가 내리는데도 공항 바로 앞의 쇼핑센터에 차를 세우고 30여분 리베이트 챙기기에 혈안이 되어 있었습니다.

 

 

다들 내려 구경이라도 한다는데 유일하게 우리 부부만 차에서 내리지 않아 결국 손해?를 면한셈이었는데... 공항에 들어가 입구의 면세점을 지나며 보니 최하 껀당 3천원~5천원씩은  더 얹어주고 산것이 확실하였지만...가이드는 공항 입구에서 이미 바이바이를 하고 가버린 후였습니다.

 

지나놓고 보니 서울에서 가이드가 따라가지 않는 관광이 조금 저렴할  수도 있지만 ,말이 통하지 않으니 팀의 구성색깔에 따라 [예를 들면 중국여행이 처음인 5~60대  노친네들의 순진한 친목계모임?] 닳고 닳아빠진,노련한? 현지 가이드가 마음대로 요리할 수 있어서 봉이 될 수도 있는거였습니다.